[해외의 창/스톡홀름]『인삼차 마시니 힘 솟네요』

  • 입력 1996년 11월 12일 20시 09분


지어진 지 17년 된 현지 사택의 전기가 수시로 말썽을 부린다. 이곳에서는 집이건 건물이건 30∼40년까지는 멀쩡한 새 건물로 생각들 한다. 하지만 인체의 핏줄같은 전선만은 어쩔 수 없나보다. 하필이면 추석날 새벽 퓨즈가 끊어지면서 난방시설 전기쿠커 등 모든 기능이 마비되고 10여일간 응급조치로 가설된 비상불빛에 기대어 지내야 했다. 분업화가 철저한 나라이다 보니 전기를 차단하는 기술자와 연결하는 기술자가 달라 차례로 공사를 하면 정상가동까지는 적어도 2일이 걸린다는 얘기부터 듣게 됐다. 현장에서 공사를 지켜보다가 기술자들에게 인삼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인삼이 무엇이냐고 되묻기에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신비의 약초로 일본에서는 생산도 되지 않는데 일본인들이 진생이라는 일본말로 표기해 「진생」으로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향기와 맛이 아주 좋다며 효능을 묻기에 『여자에게는 노화방지와 피부미용에 좋고 남자는 침실에서 호랑이가 된다』고 했더니 모두 파안대소하며 곱배기 인삼차를 더 주문했다. 기술자들은 인삼차를 마시고 『힘이 펄펄 난다』며 생각보다 빨리 1차 공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그런데 오후 늦어서 예정에도 없이 이들이 다시 찾아왔다. 『인삼차를 마신 후 힘이 나서 다른 공사를 빨리 끝냈다』며 『인삼차를 한잔 더 주면 전기를 연결하는 마무리 작업을 마저 하겠다』는 얘기였다. 인삼차를 준비하는 동안 전기는 연결돼 모든 기능이 정상화됐고 이들은 『인삼차로 새끼 호랑이가 된 것 같으니 집에 가 시험해보겠다』며 밝은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인삼차, 해외에 살면서 현지인과 친해지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 동 락 <스톡홀름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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