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187)

  • 입력 1996년 10월 17일 10시 54분


제5화 철없는 사랑〈26〉 대신이 하는 말을 들은 왕은 너무나 노한 나머지 수염을 부들부들 떨면서 백인 노 예 사십 명과 호위병들을 불러 명령했다. 『지금 당장 하칸의 아들 집으로 가서 모든 것을 몰수하고 집을 박살내고 그 주인 과 그가 소유하고 있는 여자를 함께 체포하여 오너라. 뒷결박을 지우고 머리를 쳐들 지도 못하게 해가지고 끌고 오너라』 왕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동은 제각기 무기들을 들고 누르 알 딘 아리의 집으로 달려갔다. 한편 누르 알 딘과 아니스 알 쟈리스는 그때까지도 서로 부둥켜안은 채 헤어지지 않게 된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뜻밖에도 누가 문을 두드렸다. 나가보 니 그것은 다름 아닌 거간꾼이었다. 『누르 알 딘 도련님, 정말이지 당신은 태평스런 분이로군요. 오늘 일을 두고 알 무인이 당신을 함정에 빠뜨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몸을 피하 시는 게 나을 줄로 압니다. 임금님께서는 진노하셔서 사십 명의 검객을 보냈다는 소 문도 있습니다. 자, 지체말고 어서 달아나십시오. 당신도 그 여자도 함께 말입니다 』 그리고 거간꾼은 금화 마흔 닢이 들어 있는 지갑을 꺼내어 누르 알 딘에게 주며 말했다. 『자, 도련님. 이걸로 노자를 쓰십시오. 더 있으면 더 드리고 싶습니다만 지금으 로서는 이것밖에 가진 것이 없고, 그리고 지체할 시간도 없습니다』 누르 알 딘은 거간꾼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시간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 얼핏 밖을 내다보니 저 멀리 말을 탄 병사들이 구름처럼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 다. 그리하여 누르 알 딘은 아니스 알 쟈리스와 더불어 뒷문으로 해서 집을 빠져나 갔다. 그리고는 알라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도성을 빠져나가 강가에 도착하였다. 두 사람이 강가에 도착해보니 때마침 바다로 나아가려고 하는 배 한 척이 있었다. 선장은 갑판 위에 서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식량 준비나 작별 인사를 해야하는 사람은 없소? 없으면 이제 곧 출범하겠소!』 그러나 선객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출범을 늦추어달 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하여 선장은 선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동아줄을 던져라! 닻을 올려라!』 바로 그 순간에 두 사람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 남녀가, 서로 더없이 사랑하지 만 양가 부모들로 부터 결혼을 허락받지 못하여 사랑의 도주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서로 손을 맞잡은 채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선장, 이 배는 어디로 가오?』 젊은 남자가 물었다. 그러자 선장은 소리쳐 대답했다. 『평화의 집 바그다드로 갑니다. 거기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숨어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지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우리도 바그다드로 가는 길이오』 이렇게 해서 누르 알 딘과 아니스 알 쟈리스는 바그다드로 가는 배에 올라탔다. 사람 좋은 선장은 두 사람의 승선을 환영했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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