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선 울지 않겠다… 1500m 3연패, 1000m-500m 도전”

  • 동아일보

[스포츠 빅 이어] 〈2〉 최민정의 세번째 올림픽
번아웃에 3년전 태극마크 포기해… 쉬고 오니 정신 번쩍, 경기 재밌어
올림픽 끝나면 늘 ‘더는 못해’ 생각
부담-긴장, 이젠 익숙… 각오 다져

“한국의 힘 보여줄 것”
‘변수’가 속출하는 쇼트트랙에서 10년 넘게 한국 여자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최민정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때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1500m) 3연패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새해를 맞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최민정은 “모든 기회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국 쇼트트랙이 여전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진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의 힘 보여줄 것” ‘변수’가 속출하는 쇼트트랙에서 10년 넘게 한국 여자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최민정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때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1500m) 3연패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새해를 맞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최민정은 “모든 기회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국 쇼트트랙이 여전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진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0년 넘게 ‘쇼트트랙 여제’로 군림하고 있는 최민정(28)에게도 올림픽은 늘 버거운 무대였다. 2018년 평창(금메달 2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금 1, 은메달 2개)에서 그는 모두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엔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베이징 대회 때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다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 세 번째이자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앞두고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부담이나 긴장은 이젠 익숙하다. 각오가 됐다. 예전에는 너무 힘들게 운동했고, 힘든 상황도 많아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니 후회 없이 여기까지 왔다. 이젠 걸려 있는 기록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한계를 둘 필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창과 베이징 대회 쇼트트랙 여자 1500m 2연패를 달성한 최민정이 이번 대회 이 종목에서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 종목 3연패 기록을 남기게 된다.

또 어느 종목에서든 금메달을 추가하면 전이경(50·은퇴)과 함께 한국 쇼트트랙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4개)을 세울 수 있다. 색깔을 가리지 않고 메달 1개만 따도 여름·겨울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중 최다 메달 보유자가 된다. 양궁 김수녕, 사격 진종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이상 은퇴) 등 3명이 6개로 공동 1위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 때 주 종목 1500m와 베이징 대회 때 은메달을 목에 건 1000m뿐 아니라 그간 한국이 국제 대회에서 가장 부진했던 500m에서도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500m에서 최근 두 시즌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기록이다.

“외국에도 전 종목에서 결선에 오르는 선수들이 있다. 또 월드투어에서 금메달 따던 선수가 바로 다음 대회 때 결선에도 못 오르는 경우도 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모든 출전 종목을 다 잘 준비할 생각이다. 월드투어 때 한 종목도 빠지지 않고 다 출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최민정은 2023년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고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번아웃에 빠져 스스로 태극마크를 포기한 최민정은 “한계를 느꼈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뭔가 바꾸는 데에 예민했다. 장비나 자세를 바꿔보려 해도 자꾸 예전의 익숙했던 느낌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대표팀에선 변화를 주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뒤 줄곧 한국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최민정으로서는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 최민정은 “어느 순간 국가대표 생활이 익숙해지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나라를 대표해 국제 대회에서 경쟁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인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부끄러웠다”며 “소속팀(성남시청) 훈련장에서 중고교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곤 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저런 마음으로 운동했었지’라는 생각에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대표팀에)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도 했다. 주변에서 믿어줬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쉬었다가 오니 정신도 바짝 들고 국제 대회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기쁘더라”고 말했다.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최민정도 평창 대회 때는 1000m 결선 레이스 도중 심석희(29)와 충돌해 메달을 놓쳤다. 베이징 대회 때는 500m 준준결선에서 넘어져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동안 경험으로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도 많이 길렀다. 평창, 베이징 때는 1500m를 제외하면 모든 레이스가 아쉬웠다. 이전 올림픽 때는 경기를 마친 후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이번 올림픽 때는 내가 가진 걸 다 보여드리고 눈물 없이 대회를 마치고 싶다.”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이 도전하는 기록들

● 쇼트트랙 개인전 단일 종목 올림픽 첫 3연패
-종전 최다는 2연패

● 한국 쇼트트랙 올림픽 최다 금메달
-4개 전이경 -3개 최민정

●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6개(양궁 김수녕, 사격 진종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5개(쇼트트랙 최민정, 전이경, 박승희, 이호석, 양궁 김우진)

#최민정#쇼트트랙#올림픽#금메달#번아웃#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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