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제일고 2학년 이후찬이 8일 서울 목동구장 덕수고와의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이 끝난 뒤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이후찬은 광주제일고의 선발 투수로 출전해 4이닝 동안 2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8일 서울 목동구장 덕수고와 광주제일고의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 이날 경기는 ‘고교 야구 명문’ 팀 간의 대결이자 광주제일고 ‘제2의 김도영’ 김성준(18)과 덕수고 왼손 에이스 김화중(19)의 투타 대결로 이목을 모았다. 김화중은 이날 덕수고의 선발 투수로 출전해 마운드에 섰다.
에이스 김화중의 맞대결 상대로 광주제일고의 선발 마운드에는 이후찬(18)이 올랐다. 이후찬은 올해 3월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에선 2경기 등판해 5와 3분의 1이닝 동안 7피안타 6탈삼진 평균자책점(ERA) 7.20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남긴 선수는 아니었다. 주말리그 전반기에는 1경기 등판해 3분의 2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이후찬도 부담감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경기 시작 전부터 덕수고 에이스 김화중과의 맞대결이란 점이 신경 쓰였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이후찬은 4이닝 동안 2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김화중에 판정승을 거뒀다. 이후찬이 마운드를 단단히 지킨 가운데 덕수고는 선발 전원 안타의 화력으로 덕수고의 마운드를 난타했다. 선발 김화중은 컨디션 난조로 1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조기 강판당했고, 이후 5명의 구원 투수진이 덕수고 마운드에 올랐으나 5회까지 10점을 내줬다. 이후찬에 이어 2루수 수비를 보던 김성준이 마운드에 올라 2탈삼진 무실점으로 남은 1이닝을 책임지며 광주제일고는 덕수고에 10-0, 5회 콜드 승을 거뒀다.
이날 이후찬의 호투에 조윤채 광주제일고 감독도 미소를 지었다. 조 감독은 “워낙 전력이 좋은 덕수고와의 경기는 늘 긴장된다. 지금 부상으로 빠진 2학년 투수들이 많아 방망이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후찬이 생각보다 너무 잘해줘서 경기가 쉽게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4회초 2연속 볼넷과 안타로 1사 만루가 되자 조 감독도 투수 교체를 고민하며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러나 끝까지 던지고 싶다는 이후찬의 의지가 강했다. “후찬이가 이번 이닝은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면서도 악바리가 있는 선수다. 투수로서 괜찮은 자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찬은 2015년 KIA와 LG의 개막 2연전을 보고 야구선수에 대한 꿈을 키웠다. 9회말 브렛 필의 역전 2점 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둔 KIA를 보면서 “찌릿함을 느꼈다. ‘이게 야구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찬은 자신의 롤모델로 삼성 오승환을 뽑으며 “자신감 있게 강한 직구를 뿌리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했다. 이후찬의 강점 역시 강한 손목 힘에서 나오는 묵직한 패스트볼이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으로도 망설임 없이 패스트볼을 골랐다. 조 감독도 “지난 겨울 훈련 때 최고 구속이 시속 147km가 나왔었다. 투수로서 키(180cm)가 큰 편은 아니지만, 손목 힘이 좋아 회전량이 많고 변화구 각도 좋은 투수”라며 “최근 상승세가 가팔라 3학년이 되는 내년에 가장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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