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의 프랑스 꺾고 자신감 얻은 황선홍호…10회 연속 올림픽 도전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7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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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 유럽전훈…4월 올림픽 예선 겸한 U-23 아시안컵
일본·중국·UAE와 조별리그 경쟁…3위 안에 들면 올림픽 직행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3연패를 이룬 황선홍호가 2024년에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도전과 함께 사상 최고 성적을 노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첫 목표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다.

한국은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년 23세 이하(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 추첨 결과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조별리그 B조에 편성됐다.

‘죽음의 조’로 불릴 정도로 쉽지 않은 그룹이다.

일본과는 지난 9~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어 2-1로 승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U-23 아시안컵 8강에서 0-3 완패를 준 아픈 기억도 있다.

거친 축구로 잘 알려진 중국과 중동 이점이 있는 UAE도 만만히 봐선 안 될 상대다.

올림픽 최다 연속 출전 세계 기록(9회)을 보유한 한국은 이번 U-23 아시안컵을 통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도전한다.

이 대회 통산 18승5무5패로 비교적 높은 승률을 자랑하지만, 우승은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2020년 대회가 유일하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신감을 얻은 황선홍 감독은 일본에 설욕하고, 두 번째 우승컵을 들겠다는 각오다.

지난 11월 프랑스 전지훈련에서 티에리 앙리가 지휘한 프랑스 U-21 팀과의 평가전 3-0 완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원동력이 됐다.

프랑스 축구 레전드로 현역 시절 아스널(잉글랜드), 바르셀로나(스페인) 등에서 전성기를 보낸 앙리 감독은 황선홍호에 대패한 뒤 큰 비난을 받았다.

26일 성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황 감독은 “(프랑스와 경기에서) 실험을 위해 후반 중반에 멤버를 과감하게 교체하려고 했는데, 경기를 이겨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도 좋을 거로 판단했다”며 “협회에도 이런 경기를 더 하고 싶단 얘기를 했다. 쉽지 않지만, 강팀과 많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개최국이자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프랑스를 제압하면서 선수들도 의지를 더 불태웠다.
황 감독은 “프랑스전을 앞두고 상대 스타일을 분석한 10분짜리 영상을 선수들에게 줬는데, 황재원(대구)이 보더니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레벨이라고 하더라”며 “아시아권 팀과는 퀄리티가 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프랑스전 승리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이기긴 했지만, 프랑스는 개개인의 능력이 굉장한 팀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전방 압박과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했던 황 감독은 프랑스를 상대로는 라인을 내리고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해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선수들이 내려서는 수비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지만, 수비에 좀 더 비중을 뒀다. 또 후방에서 빌드업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실점해도 되니까 과감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에는 정신을 못 차리고 공을 계속 멀리만 차더라. 그러더니 후반엔 적응했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상대에 따른 유기적인 전술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전술 철학에 관해 얘기하는데,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하려면 투 트랙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팀을 상대로는 주도권을 쥐고 가야하고, 프랑스 같은 강팀을 만나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 작렬하게 전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상대에 따라 2개 이상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올림픽 대표팀은 코치진을 충원해 상대 전략 분석에 대한 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는 “협회와 지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원을 늘리려면 예산이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내년 1~2월 전지훈련 때는 충원해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딸 황현진 씨가 웨딩마치를 올리는 등 바쁜 연말을 보낸 황 감독은 머릿속엔 벌써 내년 파리 올림픽을 향한 로드맵으로 가득하다.

2024년 1월 중순 소집 예정인 황선홍호는 2월 초까지 유럽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튀르키예가 유력하다.

이어 3월에는 소집 훈련과 평가전으로 담금질을 마친 뒤 4월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U-23 아시안컵에 나선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 대회는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다. 각 조 1~2위 팀이 8강에 올라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정한다.

최종 3위 안에 들면 파리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다. 4위가 되면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소속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황선홍호가 U-23 아시안컵 3위 안에 들어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면, 6월 소집 훈련과 평가전을 치르고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고 7월 파리로 향한다.

황 감독은 “올림픽에선 속도감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부터 그런 축구를 선호해왔다. 전환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점유를 위한 백패스는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한 앞으로 전진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의 목표에 대해선 “우선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르는 게 먼저”라면서 “올림픽 목표는 예선을 통과한 다음에 말하겠다. 설레발치고 싶진 않다”며 말을 아꼈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황 감독은 선수 선발에 협조해 준 K리그 구단과 동료 감독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올해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전북의 경우 팀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5명이나 차출해 줬다”며 “덕을 많이 쌓았는지 감독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내가 프로팀 감독을 해봐서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미안해야 할 것 같다. 가끔 한 번만 봐달라고 전화하는 감독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나도 안 되는데”라고 웃으며 “또 도와달라고 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성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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