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새해에는 우리 모두 다시 태어나야 한다

  • 동아일보

전쟁 폐허 딛고 선진국 됐지만 행복도 낮아
예절-인격 없는 지도층 갑질 사회에 만연
李정부 장관 인선 논란서 사회 후진성 노출
타인의 인격 섬기는 공직자가 지도자 돼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지금 우리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70여 년 전 우리는 어떠했는가. 전쟁의 폐허 속에 던져진 존재였다. 모든 것을 상실했다. 그러나 빼앗기지 않은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이 무(無)에서 유(有)를 안겨줬다.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법치국가인 민주정치를 창출했다. 절대빈곤을 극복하고 경제 선진국을 창건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과 더불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를 건설했다. 국민의 교육 수준은 세계 상위권에 진입했다. 건전한 종교 국가로서도 손색없이 성장했다. 젊은 세대의 문화·예술·체육 활동은 세계적 관심 대상이 됐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현실과 역행하고 있다. 행복하다고 긍정하는 사람보다 불행을 호소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자살률도 세계 1위다. 거짓과 사기, 폭력과 방화, 살인, 지도층 인사들의 음주운전과 무질서, 마약 중독자들까지 온갖 사회악과 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다. 어느 사회나 선과 악은 대조적이다. 악이 승세를 차지하면 그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사회악이 무엇인가. 스스로 찾아내기 어려운 사회병이다. 그 병은 누가 만드는가. 사회 각계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성숙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사회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세 가지 악으로의 유혹으로 이를 비유할 수 있다. 권력과 경제적 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짓과 폭력에의 유혹 말이다. 악의 세력은 그런 유혹을 염원하고 소유하려는 지배자들에게 유혹의 손을 내민다.

악의 대행자는 누구인가. 권력을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사람을 고통과 불행으로 이끌어 간다. 부를 소유한 사람이 적게 가졌거나 못 가진 사람을 천대하며 때로는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 수단과 방법을 잘 쓰는 사람이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을 부하로 삼는다. 누가 그런 악의 유혹에 빠지는가. 갖고도 더 많이 행세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악의 대행자는 어떻게 태동하는가. 이들은 사회인 모두가 찾아 실천해야 할 양식과 인격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갖춰야 하는 두 가지를 지니지 못했다.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배우고 교양을 쌓아야 한다. 예절도 그 하나이며, 인간다운 삶의 가치도 알아야 한다.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서로 위하면서 존경받는 자세인지 배워야 한다. 교양과 예절이다. 더 소중한 것은 자신의 인격이다. 인격은 인간관계 속에서 배우고 터득하는 인간다움의 품격이다. 그런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타고난 성격대로 살게 되고, 그 성격은 이기적인 욕망에 빠지게 된다. 내 소유와 쾌락이 목적이지, 더불어 사는 공감·양보·협조·봉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이기심에서 오는 갈등은 직책의 위계가 심한 국가, 공직사회나 군대와 같이 상하관계가 강한 공동체일수록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난다.

직책이 높아지면 지식도 높아지고 인격도 올라간 듯 착각한다. 존경받는 인격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심해지면 자신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고 무시하는 잘못을 범한다. 자기보다 인간관계의 질서와 사회 공익을 위하는 상사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공존의 가치와 윤리적 규범에 대한 무지와 반항을 저지른다. 공산국가와 후진사회의 폐습이다.

이런 지도자나 명예욕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사회질서와 선한 가치를 훼손하는 주범이 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갑질을 체질화한 사람은 어떤 공동체에서든 인간관계를 상하관계로만 인식하며 하위직 사람들에 대한 갑질 행세를 당연시한다. 국가 안에서는 사회악을 감행하고, 직장과 작은 공동체 안에서는 인권 유린을 상습화한다.

예외자는 없다. 우리 모두가 그런 유혹을 받으며 살고 있다. 해답은 간단하다. 더 많이 체험하고 아는 사람이 교만을 버리고 성실과 겸손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사람이 존경받는다. 섬기는 공직자가 지도자가 돼야 한다. 빠른 출세보다는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가치는 다른 사람, 특히 나를 돕고 있는 사람의 인격과 인권을 경시하거나 이용하는 행위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임을 깨닫는 것이다. 나와 상대방의 위치를 바꿔 보면 자기 반성을 통해 부족을 자인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 초기의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가 보인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수준이 어떠한지를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후진성을 국민보다 정치권 지도자들이 예사로 감행한다는 사실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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