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강경단속’ 책임자 교체… 트럼프, 지지층도 등돌리자 1보 후퇴

  • 동아일보

美 ‘민간인 사살’ 들끓는 여론
‘백악관 국경차르’ 호먼 현장 급파… WSJ “트럼프, 사살영상 보며 좌절감”
“불법 온상” 비난 미네소타 주지사엔… “그와 더나은 결과 만들것” 태도 바꿔
공화당 주지사 후보 “부끄럽다” 사퇴

그레고리 보비노(왼쪽), 톰 호먼.
그레고리 보비노(왼쪽), 톰 호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연방 이민당국 요원의 잇단 시민권자 사살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한발 물러서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현장에서 강경한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을 이끌어온 그레고리 보비노 연방국경순찰대(USBP) 대장을 이르면 27일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킬 예정인 가운데 톰 호먼 백악관 국경차르를 대신 급파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맹렬히 비난해 온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과 “아주 좋은 통화를 했다.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AP통신은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 전방위 비판 여론에 물러선 트럼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월즈 주지사, 프라이 시장과 통화했다며 호먼이 이들과 만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주지사는 호먼이 미네소타에 간다는 소식을 반가워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라며 “월즈 주지사와 나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썼다.

26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의 총격에 숨진 시민권자 앨릭스 프레티를 추모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26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의 총격에 숨진 시민권자 앨릭스 프레티를 추모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미네소타주를 불법 이민자들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강력한 단속을 옹호하고, 민주당 출신 주지사와 시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해 왔지만 확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시민) 앨릭스 프레티 사망 사건으로 열렬한 지지자들까지도 연이틀 거센 비판을 쏟아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겨울 폭풍이 몰아친 주말 동안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프레티 사살 영상이 반복해서 보도되는 걸 지켜봤다”며 “(공화당 의원들조차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해) 좌절감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 현장 지휘관을 보비노에서 호먼으로 교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다소 달라진 것과 관련해 미국에선 보비노와 일부 요원들이 이르면 27일 미니애폴리스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보비노는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이민 단속 작전을 이끌며 주목받은 인물로 이후 시카고, 샬럿, 뉴올리언스, 미니애폴리스 등 주요 도시의 강경 단속을 주도했다. 그는 잔혹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속전속결식, 강경 진압을 추구해 왔다. 다른 요원들과 달리 복면을 착용하지 않고, 시위대와의 논쟁에도 거침없이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비노를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의 얼굴이라고 칭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코리 루언다우스키 수석 보좌관을 2시간 넘게 만났다”고 전했다. 현장 지휘관을 백악관 관료인 국경차르로 긴급 교체한 건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심각한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을 지낸 호먼은 불법 이민자의 경우 미성년자도 부모와 분리해 조사 및 감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강경 대응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호먼을 현장에 파견한 게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 “부끄러워” 공화당 주지사 후보직 사퇴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에도 이번 사건을 둘러싼 반발과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의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크리스 매델 변호사는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작전을 “완전한 재앙”이라고 비판하며 “더 이상 공화당원으로 남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히스패닉과 아시아인들이 피부색과 외모 때문에 차를 세워 검문당하는 상황에서 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공화당은 미네소타에서 공화당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걸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놨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미국 성인 1139명을 대상으로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8%로 추락해 집권 2기 들어 가장 낮았다.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39%로 트럼프 재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방 이민당국 요원#시민권자 사살#이민 단속#연방국경순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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