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사직구장 앞에는 인파를 줄줄이 몰고 다니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났다. 올해 신인 중 유일하게 올스타 ‘베스트 12’에 선정된 롯데 김민석(19)이었다. 사인과 사진 요청이 쇄도해 한 걸음 떼기가 어려웠지만 팬들은 김민석을 오래 붙잡지는 않았다. 김민석이 어서 ‘춤 연습’을 하러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블랙핑크의 ‘제니’와 얼굴이 묘하게 닮아 화제가 됐던 김민석은 올스타전 출전 공약으로 ‘제니 댄스’를 걸었다. 이날 드림 올스타 9번 타자로 첫 타석에 서기 전 약속대로 제니의 노래 ‘솔로’에 맞춰 롯데의 마스코트 ‘윈지’와 칼각을 맞춘 안무를 선보였다. 김민석은 이날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앞서 이날 드림 올스타 1번 타자로 가장 먼저 타석에 나섰던 삼성 구자욱(30)은 아이돌 뉴진스의 ‘어텐션’에 맞춰 생머리를 휘날렸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직관’하게 된 나눔 올스타 선발투수 KIA 양현종(35)은 실소를 뿜었다.
구자욱은 올스타전을 기념해 별 무늬 방망이를 세차게 휘둘렀지만 빗맞은 타구는 타석 뒤로 높게 떴다. 구자욱은 상대 포수 LG 박동원(33)을 향해 ‘제발 잡지 말아달라’는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박동원은 봐주지 않았다.
이날 정말 ‘어텐션’을 받은 건 구자욱의 삼성 동료인 뷰캐넌(34)이었다. 뷰캐넌은 이날 3루코치로 등장해 뉴진스의 ‘하입보이’에 맞춰 춤을 췄다. 이어 영화 ‘탑건’ 속 톰 크루즈로 변신했다. 경기 후반부에는 우익수와 톱타자까지 맡으면서 이날 하루에만 1인 5역을 소화했다.
뷰캐넌은 이날 또 다른 ‘흥부자’인 LG 오스틴이 ‘사직 노래방’의 댄스 타임을 즐기던 중 ‘하입보이’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박자를 맞춘 안무를 선보여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2만 2990명 관중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경기 초반 나눔 올스타 3루 주루코치를 역할을 맡아 동료 타자들이 타석에 설 때마다 이들의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춘 뷰캐넌은 클리닝 타임 이후에는 영화 ‘탑건’ 속 톰 크루즈 착장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8회말 수비 때 우익수로 투입돼 오지환의 뜬 공을 능숙하게 잡아낸 뷰캐넌은 2-8로 뒤진 9회초에는 타석에 들어서 나눔 올스타 마무리로 등판한 고우석에게 적시타까지 뽑아내며 팀의 뒷심을 이끌었다.
최우수선수(MVP)는 4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그랜드슬램을 뽑아내며 나눔 올스타의 8-4 승리를 이끈 한화 채은성(33)에게 돌아갔다. 채은성은 기자단 투표에서 61표 중 56표를 받았다. 올스타전에서 만루홈런이 나온 건 프로야구 원년(1982년) 이후 41년 만이다. 당시에는 김용희(롯데)가 만루홈런 주인공이었다. 전날 홈런 레이스에서도 우승했던 채은성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우승과 MVP를 석권한 선수가 됐다.
채은성 역시 타격 말고도 재능을 펼칠 기회가 있었다. 이날 5회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들이 공연을 하는 사이 역시 의장대 출신인 채은성도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를 꺼내 들고 녹슬지 않은 ‘총 돌리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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