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효준은 SK 와이번스(현 SSG),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2021년 LG 트윈스에서 뛰었다.
고효준은 LG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1군에서 3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결국 시즌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강력한 현역 연장 의지를 드러낸 고효준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지만 친정팀 복귀나 다름없었다. 고효준은 SK가 2000년대 후반 왕조를 구축했을 때 주축 불펜으로 뛰었다. 2016년 7월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SK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고효준이 친정팀에 돌아와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첫 번째 이유로 꾸준한 관리로 인한 몸 상태를 꼽았다.
김 감독은 “고효준이 한국 나이로 40세지만, 건강 상태가 좋다. 몸 상태와 구위에 큰 문제가 없다”며 “40세의 나이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라고 강조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구를 잡은 것도 고효준이 호투를 펼치는 비결이라는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고효준이 늘 제구에 불안요소가 있었다. 제구 불안이 고효준을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는데 최근 제구가 안정됐다. 20, 30대와 비교해 구위는 조금 떨어졌을 수 있지만 아직 시속 145㎞의 직구를 뿌리고, 제구가 안정되면서 직구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효준의 제구가 안정된 계기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직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도록 주문했다.
롯데에서 뛰던 2020년 고효준의 직구 비율은 우타자 상대 69%, 좌타자 상대 63%였다. 슬라이더는 우타자 상대 23%, 좌타자 상대 30%였다.
지난해 LG에서는 직구 비율이 좌타자 상대 81%에 달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56%였다. 슬라이더는 우타자 상대 32%, 좌타자 상대 15%였다.
올해에는 수치가 정반대다. 직구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다. 슬라이더 비율이 좌타자 상대 73%, 우타자 상대 45%인 반면 직구 비율은 각각 23%, 29%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직구가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2스트라이크 전까지는 변화구 위주로 던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범경기 때 배터리 코치와 투수코치를 통해 주문을 했다. 배터리 코치를 통해 고효준과 호흡을 맞추는 포수에게 2스트라이크 전까지 무조건 변화구 사인을 내도록 했다. 투수코치를 통해서는 고효준에게 고개를 흔들지 말고 포수 사인에 따라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처방은 효과를 봤다. 김 감독은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고효준도 제구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슬라이더, 체인지업 각도 등을 보면 타자들이 상대하기 쉽지는 않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제구 불안 때문에 벤치 신뢰를 못 얻었다면 지금은 믿음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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