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金 놓친 곽윤기, 개인채널로 골드버튼은 꽉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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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대표팀 일상을 찍어 올려 인기행진… 올림픽 기간중 구독자 100만 돌파
밴쿠버 계주 銀… 또 캐나다에 밀려
“메달 색 바꿔보고 싶었는데 아쉬워…다양한 방법으로 쇼트트랙 알릴 것”

“색깔을 꼭 바꾸고 싶었는데 아쉽죠.”

새벽 5시까지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잠든 탓에 17일 오후에야 눈을 떴다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사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했다. 곽윤기는 16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 만의 남자 계주에서 나온 메달이었지만 경기를 마친 뒤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아쉬운 나머지 표정 관리가 안 됐다”고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0년 밴쿠버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의 인연은 없었다. 밴쿠버 남자 계주에서 딴 은메달이 전부다.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은 그만큼 간절했다.

특히 밴쿠버에서 샤를 아믈랭(38)이 이끄는 캐나다에 금메달을 내줬다. 이번에도 아믈랭이 뛴 캐나다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곽윤기는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는데 12년 전과 같이 캐나다에 진 것이 분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결선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다 그가 교대하기 직전 잠시 삐끗하며 캐나다에 역전당했다. 그는 “파인 얼음에 스케이트 날이 걸렸다. 날이 심하게 망가졌는데 버틴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마친 그는 다음 달 세게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12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그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더 할진 결정하지 못했다. 금메달이 간절하긴 하지만 내 옆의 11세 어린 동생을 보니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목소리로 대표팀 막내인 이준서(22·한국체대)를 가리키는 듯 “준서 때문에요”라고 덧붙였다.

비록 메달 색깔은 바꾸지 못했지만 팬들의 응원 덕분에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 명을 확보해 ‘골드 버튼’을 받는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 구독자 수는 17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림픽 전 10만 명 정도였던 구독자 수가 올림픽 중간 60만 명을 넘더니 16일 남자 5000m 계주가 끝난 뒤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그에게 응원을 보내는 팬들이 몰린 결과다. 팬들이 금메달을 놓친 그에게 ‘유튜브 골드 버튼’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는 올림픽 기간 틈틈이 선수촌과 대표팀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그는 응원에 힘입어 ‘올림픽 최초의 유튜버 금메달리스트’를 꿈꿨다. 그는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는지 모를 정도로 꿈만 같다”며 “앞으로도 꼭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쇼트트랙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베이징 겨울올림픽#곽윤기#은메달#유튜브 골드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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