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韓 남자 피겨 사상 첫 ‘올림픽 톱5’…프리 182.87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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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투란도트’ 음악이 끝나자 옅은 미소를 보이며 주먹으로 자신의 이마를 살짝 쳤다. 첫 수행과제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기록을 뛰어넘는 점수가 나오자 차준환(21·고려대)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182.87점을 받았다. 8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99.51점을 더해 총점 282.38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차준환은 자신의 올림픽 최고기록(2018 평창 올림픽 15위)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5’ 진입에 성공했다. 차준환은 “오늘 실수가 있었지만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했고, 나름의 만족을 하려고 한다”며 “올림픽인만큼 경기하는 순간순간 기억에 남기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목표를 이뤘고, 오늘 부족했던 점은 앞으로 더 보완해 성장해서 단단하고 강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차준환은 놀라운 위기 대처능력과 집중력을 보여주며 한국 남자 피겨 역사에 새 획을 그었다.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얼굴로 연기를 시작한 차준환은 첫 수행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불안한 착지로 빙판에 넘어졌다. 공중에서 회전축이 무너진 탓에 착지가 제대로 안됐다. 파워가 강하고 스피드가 빨랐다면 회전축이 무너져도 착지에서 버틸 힘이 생기지만, 차준환의 첫 점프는 파워와 스피드 역시 이를 상쇄시키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자신의 회심의 점프가 실패해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집중력을 되찾고 연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넘어진 직후 바로 이어진 두 번째 수행과제인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수행점수 3.19점을 챙겼고,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에서도 1.77점의 수행점수를 더했다.

예술점수에서도 모두 8점 후반대, 9점 초반대를 받으며 자신의 실수를 연기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겨에서 연기를 하던 중 넘어지면 심판들이 예술점수에서 줄 수 있는 상한점수가 정해져 고득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소영 국제빙상연맹(ISU) 심판은 “첫 점프를 실패한 뒤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간 대처능력과 집중력에 큰 칭찬을 하고 싶다”며 “특히 차준환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오늘 돋보였던 것은 요소와 요소를 이어주는 연결동작이 매우 매끄러워서 요소들이 각각 나눠진 게 아니라 하나의 구성단위로 보인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차준환에게 두 번째 올림픽이다. 차준환은 “이번 올림픽이 나에겐 더 큰 경험이 될 것 같아 앞으로의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뒤 올림픽에 대해 차준환은 “4년 후는 아직 먼 미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강한 선수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더 싸우고 발전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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