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판정, CAS에 제소…외신서도 “선 넘은 편파”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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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오른쪽)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선 1조에서 단번에 중국 선수 2명을 추월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오른쪽)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선 1조에서 단번에 중국 선수 2명을 추월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중국과 국제빙상연맹(ISU) 간에 어떤 결탁이 있는 것 같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라이언 베드포드가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글이다. 7일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 대해 베드포드는 “이번 쇼트트랙 판정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쇼트트랙에서 발생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개최국 중국을 향한 반중(反中) 감정으로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의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이 1000m 준결선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한 뒤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각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연거푸 실격 처리됐다. 대신 중국 선수들이 결선행 티켓을 가져갔다. 결국 중국 선수들은 비디오 판독 끝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쇼트트랙 판정에 대해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베이징 올림픽 로고를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으로 패러디 하는 등 대부분 중국에게 부당하게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스포츠 스타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피겨스케이팅 차준환(고려대)은 “선수촌에서 경기를 TV로 시청했다. 매우 속상했다”고 말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자신의 SNS에 “또 실격? 와 열받네”라는 글을 적었다.

외신들은 “선을 넘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캐나다 야후스포츠는 8일 “페널티 도움을 받은 중국이 쇼트트랙에서 두 번째 금메달(1000m)을 따면서 혼돈과 더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국제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선수단은 이번 판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공식 제소할 예정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이 정도면 철수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며 “(CAS 제소가 판정을) 뒤집기 어렵더라도 제소 자체가 판정하는 분들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제소 소식을 전하며 “일정한 몸싸움이 허용되고 선수들이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쇼트트랙에서 심판 판정과 실격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은 중국이 3개 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이번 판정 논란이 반중 정서로 옮겨 붙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한국에서 중국인을 몰아내자’ 등의 선동적인 글이 올라와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놓치게 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판정 논란은 반미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은 남아 있는 쇼트트랙은 6종목에서 다시 중국 선수들과 메달을 다툴 전망이다. 판정 논란이 또 다시 반복된다면 반중 정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올림픽이 중국의 텃세 판정 탓에 자칫 ‘반중 올림픽’으로 불타오를 수도 있는 형국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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