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대박 대신 잔류…한유섬 “SSG서 또 우승하고 싶었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8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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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 아닌 선수도 다년 계약이 가능해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유섬(32·SSG 랜더스)은 ‘이제 KBO리그에도 메이저리그 같은 계약이 나오겠구나’ 생각했다.

기사를 봤을 때만 해도 자신이 당사자가 될줄은 몰랐다. 한유섬은 12월초 SSG의 다년 계약 제의를 받고 깜짝 놀랐다.

한유섬은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뜻밖의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느낌도 있었다”며 “한편으로는 구단에 감사했다. 팀에서 나라는 선수를 필요로 하니까 그런 제의를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SSG와 다년 계약을 결정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고민이 깊었다.

올 겨울 FA 시장에서 나성범이 KIA 타이거즈와 6년 최대 150억원에, 박건우가 NC 다이노스와 6년 최대 100억원에 계약하는 등 외야수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한유섬은 “FA 계약 관련 기사를 항상 봤다. 솔직히 사람인지라 FA 시장을 보면서 고민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계약한 선수들과 비교해 ‘나도 이만큼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건 욕심이다. 다만 큰 부상 없이 올 시즌을 마무리했고, 비시즌에 몸을 잘 만들어 내년 시즌에 잘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FA는 선수 인생에서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다. 돈에 욕심이 났다기보다 시장에 나가 평가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제안을 받은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은 한유섬보다 일찍 결정을 내렸다. SSG는 지난 14일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에,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한유섬이 다년 계약을 제안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한유섬은 “둘이 계약을 한 뒤 빨리 결정을 내려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둘이 계약한 것을 보면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맞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한층 신중을 기해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12월이 다 갔다. 올해 12월은 시간이 가장 빨리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한유섬의 선택은 SSG의 다년 계약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SSG가 계약을 발표한 것은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였다. 한유섬은 산타 모자를 쓰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한유섬은 “고민을 하다가 다년 계약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내년에 부담을 덜 가지고, 심적으로 편안하게 해서 조금 더 좋은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마지막에는 ‘2018년처럼 이 팀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부러 크리스마스에 맞춘 것이냐’는 말에 “그런 큰 그림은 안 그렸어요”라며 껄껄 웃은 한유섬은 “내 인생에서 33번째 성탄절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을 성탄절이 됐다”고 했다.

다년 계약을 마치고 첫 시즌인 2022년 한유섬의 책임감은 한층 커졌다. 김원형 SSG 감독의 제안에 따라 주장을 맡게 됐다.

한유섬은 “주변에서 선배들이 몇 년 전부터 ‘네가 주장을 해야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즌을 마친 뒤 감독님이 면담을 하자고 할 때 주장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감독님께 시간을 달라고 했었는데, 길게 고민하지 않고 주장을 하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마추어 때 주장을 해봤지만, 프로 와서 주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실 것이다”며 “코치진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잘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마지막이 다같이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개명이라는 큰 결단을 내린 한유섬은 올해 타율 0.278 31홈런 95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한유섬은 “항상 시즌 목표는 부상없이 풀타임을 뛰는 것이다. 부상없이 시즌을 치르면 좋은 성적과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또 다른 선수들도 끌고가야 하는 입장이다. 힘을 합쳐서 내년에는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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