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으로 걷는 법도 잊은 사나이, 서핑 올림픽 메달 ‘기적’

강동웅 기자 입력 2021-07-28 14:39수정 2021-07-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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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오언 라이트. 오언 라이트 인스타그램


사고로 두 발로 일어서는 법조차 잊어 버렸던 선수가 재기에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15년 뇌진탕으로 말하는 법, 일어서는 법, 걷는 법까지 잊어 버렸던 선수가 있다. 호주의 서핑 선수 오언 라이트(31·세계 랭킹 20위)다.

사고 이후 약 6년이 지난 27일 라이트는 일본 이치노미야 쓰리가사키 해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서핑 동메달 결정전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세계 랭킹 1위 가브리엘 메지나(브라질)을 누르고 세계 최초 동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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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따고 환호하는 오언 라이트-이치노미야=AP 뉴시스


라이트는 유년 시절 가족들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서핑에 젖어들었다. 그의 누나 타일러는 2016년과 2017년 월드서핑리그(WSL) 챔피언이었고, 동생 마이키도 남자 WSL 서퍼였다.

웃는 오언 라이트. 오언 라이트 인스타그램


라이트는 역시 촉망받는 서핑 유망주였다. 2010년 데뷔한 라이트는 그해 세계랭킹 7위에 오르며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첫 번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15년 6월 두 번째 챔피언이 된 후지프로 대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한 게임에 두 번의 10점 만점을 받았다.

불행은 행운 바로 뒤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해 12월 라이트는 파이프라인 마스터스에서 하와이의 파도를 타던 중 넘어졌다. 라이트는 “당시 뇌진탕이 너무 심해 그 심각성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살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아들과 웃는 오언 라이트. 오언 라이트 인스타그램


라이트에게 용기를 준 건 가족이었다. 2016년 12월 첫째 아들 발리가 세상에 태어났다. 라이트는 “아들이 태어나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들은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헬멧 쓰고 서핑하는 오언 라이트. 오언 라이트 인스타그램


라이트는 머리 보호를 위해 헬멧을 쓰는 서퍼로도 유명하다. 통상 서핑을 할 때는 헬멧을 쓰지 않는다. 라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시야 일부가 흐릿할 때가 있다”며 “지금도 파도가 크고, 다른 선수의 서핑보드가 나를 칠 것 같으면 항상 헬멧을 쓴다”고 말했다. 다시 훈련에 매진한 라이트는 2017년 3월 WSL에서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마침내 생애 첫 올림픽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라이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았다.

아들을 업고 있는 오언 라이트. 오언 라이트 인스타그램


라이트는 자신이 겪었던 고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진부하지만 사실이다. 당신을 죽이지 않는 고난은 당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며 “지금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축복이다.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 나쁜 일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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