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ML도전, 잘 되면 ‘최선’ 실패해도 ‘차선’[이헌재의 B급 야구]

이헌재 기자 입력 2021-02-02 14:01수정 2021-02-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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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코리아 제공
KIA의 왼손 에이스, 아니 왼손 에이스였던 양현종(33)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합니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원 소속팀 KIA 관계자와 만나 “결과에 관계없이 MLB에 도전해 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재계약 협상을 종료했습니다. 양현종은 “나의 꿈을 위한 도전을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준 구단에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KIA 구단도 “해외 진출에 대한 선수의 꿈과 의지를 존중하며,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화답했지요.

양현종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만약 KIA와 계약했다면 4년 기준 10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입니다. 당초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계약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웠던 양현종은 지금은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팀으로 눈높이를 낮췄습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확실한 메이저리그 보장이라면 ‘40인 로스터’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합니다. 양현종으로서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많게는 10살 넘게 차이 나는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해야 합니다. 그나마 주전 선수들의 부진이나 부상 등으로 빈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빅리그를 밟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운’과 ‘실력’이 모두 있어야 겨우 메이저리그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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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양현종의 도전은 응원 받아 마땅합니다. 보장된 부와 명예, 편안한 삶을 뿌리치고 혈혈단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만약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양현종 개인은 물론 한국 야구사에도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 해도 단순한 실패는 아닙니다. 양현종 개인에게도, 그리고 원 소속팀 KIA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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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양현종이 KIA에 잔류했다면 그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로 활약할 수 있었을까요? 결과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동기부여입니다. 절실하고, 간절한 만큼 열심히 뛰게 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의 양현종. 동아일보 DB
양현종은 KBO리그에서는 거의 모든 걸 이룬 상태입니다. 최우수선수(MVP)도 타 봤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해 봤습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KIA의 에이스로 활약했습니다. 4년 전 첫 FA가 된 이후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메이저리그라는 평생의 꿈을 포기하고 잔류를 택했다면 그는 죽기살기로 공을 던질 수 있을까요. 만약 이번에 가지 않는다면 다시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못 갈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미국에 가면 그에게 모든 게 새로울 것입니다. 뛰는 환경도,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팬들도 다 새롭습니다. 실패한다 해도 이런 경험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설혹 마이너리그에서 뛴다 해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은 남은 선수 생활을 물론 향후 지도자가 되었을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리 큰 손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뒤 1년 뒤 돌아온다 해도 그는 여전히 FA입니다. 매년 200이닝 가까이 던지고, 10승 이상을 해내는 왼손 투수를 KIA를 비롯한 국내 구단이 가만 놔둘까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김광현(세인트우이스)와 양현종. 이헌재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의 꿈을 향해 미국에 갔던 이대호는 1년을 뛴 뒤 4년 150억 원을 받고 롯데로 돌아왔습니다. 내야수 황재균 역시 1년간의 짧은 도전 후 2017년 말 KT와 4년 88억 원에 계약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메이저리그라는 앞만 보고 달려할 할 때이지요. 모쪼록 양현종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희망합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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