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뉴는 툴툴거리겠지만, 벤투에게 손흥민은 절실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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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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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존재감 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선수다.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믿고 의지할 카드이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손흥민은 존재감 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선수다.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믿고 의지할 카드이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스쿼드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손흥민을 포함해 특정 선수의 출전 계획은 말할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한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주축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발언을 의식한 듯 “나도 대표팀 감독과 클럽 감독을 다 경험했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클럽을 향해 ”우리 대표선수의 어떤 것을 고려해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표팀에 있을 때만큼은 대표팀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딱 부러진 견해를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톱클래스 선수로 발돋움한 손흥민을 또 다시 선발로 내세웠고 풀타임을 뛰게 했다. 사실 벤투가 모리뉴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에이스일 뿐 아니라 한국대표팀의 에이스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밤(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역대 500번째 A매치 승리를 기록하던 의미 있는 자리에 손흥민이 빠질 수 없었다.

모리뉴 감독이 ”어떤 선수도 국가대표팀에 가서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공식 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를 쓰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단순한 평가전에서는 선수들을 배려해줬으면 한다“며 볼멘소리를 전한 바 있으나 벤투의 선택은 손흥민 선발이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감고 90분 내내 필드 곳곳을 누볐다.

킥오프와 동시에 강한 전방 압박과정에서 뽑아낸 선제골의 출발도 손흥민의 수비가담에서 비롯돼 황의조-황희찬으로 이어졌던 장면이다. 전반 9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하고, 이후 수비불안으로 내내 고전하던 상황에서 다시 숨통을 트이게 만든 이도 손흥민이다.

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이재성이 투입한 패스를 쇄도하면서 받아낸 손흥민은 날카로운 낮은 크로스를 문전으로 보냈고 이를 황의조가 빠르게 방향 돌려놓으면서 다시 앞서 나가는 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멕시코전 선제골에 이어 2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작성한 손흥민이다. 포인트 외에도 해주는 게 많은 리더다.

국대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헌신적으로 뛴다는 점이다. 토트넘에서도 성실한 수비가담 모습을 보여주는 손흥민이지만 벤투호에서는 더 방대하게 필드를 누빌 수밖에 없다.

원하는 포인트로 공이 투입되지 않으니 필요할 때는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공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2선까지 움직이면 상대 수비가 따라올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창출된다는 것 역시 손흥민 효과다. 손흥민급 선수가 헌신하면서 뛰는데 걸어다닐 동료도 없다.

손흥민의 유니폼은 일찍부터 흙투성이였다. 많이 넘어진 탓이다. 카타르도 당연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톱클래스 선수를 모를 리 없다. 직접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처럼 존재만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팀의 큰 자산이다.

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공격수를 1년 만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지도자는 앞서 멕시코전에 이어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풀타임으로 썼다. 이해되는 선택이다. 모리뉴 감독에게 손흥민이 애지중지할 카드라면, 벤투에게는 절실한 플레이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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