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던지면 무적이었고, 떨어진 지금도 무서울 게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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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고 원투펀치’ 소형준-허윤동

소형준
허윤동
2020시즌 고졸 신인 투수 KT 소형준(19)과 삼성 허윤동(19)은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신고 3학년이던 지난해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이끄는 등 고교야구를 제패했다. 지난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도 나란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데뷔 후에는 나란히 데뷔전 이후 2연속 선발승을 따내며 팬들의 마음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소형준이 고졸 신인 역대 세 번째, 허윤동이 역대 네 번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두 선수 모두 떡잎부터 남달랐다. 두 선수의 은사인 이성열 유신고 감독은 “형준이는 고3 때 이미 완성된 투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량이 남달랐다. 몸도 유연하고 마운드 위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윤동이는 워낙 열심히 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배짱 있는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고교 지도자 생활을 한 이 감독이 스스로 “복받았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전국대회에서는 허윤동이 팀의 선발, 소형준이 마무리 투수로 주로 투입됐다. 허윤동이 버텨준 덕에 에이스 소형준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으면서 도리어 상대 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도 허윤동은 광주제일고와의 준결승에 선발 투입됐고, 소형준은 마산용마고와의 결승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각각 승리투수가 됐다. 소형준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수훈상, 허윤동은 우수투수상을 탔다.

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둘은 함께 성장했다. 허윤동은 4일 통화에서 “고교팀에서 처음 한솥밥을 먹었는데 형준이는 리틀야구 시절부터 국가대표를 할 정도로 유명하기도 했고 배울 게 참 많았다. 형준이가 입학 뒤 구속을 시속 140km대로 올리는 걸 보면서 나도 따라 기량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소형준도 “윤동이는 운동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하는 선수였다. 마운드 위에서 절대 떨지 않고 자기 실력을 그대로 발휘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친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 데뷔 후 팀은 나눠졌지만 서로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챙겨 볼 정도로 우정은 여전하다. 공교롭게도 허윤동이 선발진에 합류한 이후 두 선수는 두 차례 같은 날 등판해 나란히 승리를 수확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뒤에는 소형준이, 3일 경기 뒤에는 허윤동이 먼저 축하 전화를 걸었다. 허윤동은 “혼자 이기는 게 아니라 친구랑 함께 이겨서 두 배로 기뻤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한단다. 최근에도 허윤동이 데뷔 등판 전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걸 보고 소형준이 “윤동이가 무슨 사고를 친 줄 알고 연락했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4일 허윤동이 재정비 차원에서 2군으로 내려가면서 당분간 두 선수의 등판일이 겹칠 일은 없게 됐다. “1군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한가득 안고 왔다”는 허윤동은 “다시 1군에 서는 날에는 좀 더 완벽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허윤동은 소형준이 이루지 못한 역대 고졸 신인 세 번째 데뷔전 이후 3연속 선발승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소형준 역시 “승리는 계속 챙기고 있지만 경기 내용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갈 길이 멀다는 19세 동갑내기들의 한 마디마다 유신고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투펀치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느껴졌다.

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kt 소형준#삼성 허윤동#유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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