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보이콧 좌절했지만 새 힘 찾았듯, 위기는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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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몬트리올 유도 동메달, 조재기 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최근 본보와 만나 “모두 힘을 합해 코로나19를 이겨내자”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최근 본보와 만나 “모두 힘을 합해 코로나19를 이겨내자”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위기는 기회입니다. 위기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70)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무제한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올림픽 금메달만 바라보며 운동에 매진해온 그는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에는 모교인 동아대에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다. 1993년에는 박사 학위도 받았다. 2년 전부터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으로 한국 체육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송파구 국민체육진흥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신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로 한국 선수단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불참을 꼽았다. 몬트리올에서의 동메달에 만족하지 못하고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그는 동서 냉전 상황에서 한국이 올림픽 불참을 결정하면서 큰 절망을 느꼈다. 그는 “4년간 내 모든 걸 다 바쳐 훈련했기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깜깜했다”고 했다.

쓸쓸하게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자신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미뤘던 공부를 결심했다. 그는 “이전의 내게 길은 이기느냐, 지느냐 두 가지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대를 이기는 것만 이기는 게 아니더라. 내 자신을 이겨보자고 마음먹고 독하게 공부에 매달렸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그는 이후 대한유도회 이사, 부산시 체육회 사무처장 등을 거치며 스포츠 행정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당초 7월 개막 예정이던 2020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사태로 1년 뒤로 미뤄졌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상실감과 허탈함을 호소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실력과 운, 컨디션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 중 컨디션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자신의 경기 날짜에 맞춰 1년을 준비하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또한 새롭게 주어진 1년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소중한 날들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민들도, 국민들에게 힘이 됐던 체육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공단은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국민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내놨다. 운동처방사가 추천하는 9가지 운동과 집에서 유용한 맨몸운동 7가지를 유튜브 채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한 시간에 1∼2분만 할애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월부터 경륜, 경정 등 수익사업이 멈춰버린 공단이지만 그간 조성해온 기금을 통해 스포츠 산업체도 지원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 두 달 동안 1045개 업체에 1000억 원 가까운 융자지원을 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 국민들은 위기 때마다 모두가 합심해 이겨내는 민족성을 지녔다”며 “다같이 힘을 모으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지금의 위기도 분명 극복할 수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함께 일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재기#국민체육진흥공단#2020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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