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이영하(23)는 만족을 모르는 남자다.
2019시즌 29경기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의 성적을 거두며 일약 정상급 선발투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사전에 만족이란 없다.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진행한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 등 비시즌 6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2.50(18이닝 5자책점), 15삼진, 2볼넷, 이닝당 출루허용(WHIP) 0.89로 안정적이지만, 끝없이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팀 선배이자 투수조장인 유희관으로부터 느린 커브를 배우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영하는 기존에도 커브를 구사하긴 했다. 그러나 구사율이 2%도 채 되지 않았다. 주로 시속 150㎞대 초반의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컷패스트볼(커터), 슬라이더, 포크볼의 조합을 활용했다. 이 구종들만으로도 상대 타자를 제압하기에 큰 무리가 없지만, 피칭 메뉴를 다양화하면 그만큼 노림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영하의 스승으로 나선 유희관은 커브 구사에 일가견이 있다. 포심 구속은 시속 130㎞ 안팎이지만, 보유한 구종을 모두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탁월하다.
특히 커브는 제구가 매우 중요한 구종이다. 마치 폭포수와 같은 궤적을 그리더라도 제구가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꾸준히 던져보며 감을 익히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유희관은 그 능력을 갖췄다. 시속 100㎞가 채 되지 않는 느린 커브의 제구도 훌륭하다. 이영하가 매력을 느낀 포인트다.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15일 자체 청백전에선 시속 98㎞의 느린 커브를 구사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커터와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하면 상대가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처한다. 그래서 (유)희관이 형에게 커브를 배웠고, 또 많이 던지고 싶다. 이제 슬라이더와 커터는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다. 커브를 추가하면 피칭 메뉴도 다양해지고 상대 타자와 싸우는 방법도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풀타임 시즌은 평균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즌이다. 지난해 엄청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들뜨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하는 “변화구가 더 좋아져야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 것”이라며 “변화구가 밋밋할 때도 포심으로 이겨낼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나는 여전히 선발진에서 막내다. 형들에게 배우면서 부족한 점을 챙겨야 한다. 이전과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도 모르겠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덧붙여 “아픈 곳도 없고 몸 상태도 좋다. 더 이상 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지금 잡힌 일정대로만 갈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연기된 시즌이 하루빨리 시작하길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