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표 커브’ 장착하려는 이영하, 끝없는 업그레이드 욕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17일 06시 30분


두산 이영하. 스포츠동아DB
두산 이영하.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이영하(23)는 만족을 모르는 남자다.

2019시즌 29경기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의 성적을 거두며 일약 정상급 선발투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사전에 만족이란 없다. 일본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서 진행한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 등 비시즌 6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2.50(18이닝 5자책점), 15삼진, 2볼넷, 이닝당 출루허용(WHIP) 0.89로 안정적이지만, 끝없이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팀 선배이자 투수조장인 유희관으로부터 느린 커브를 배우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영하는 기존에도 커브를 구사하긴 했다. 그러나 구사율이 2%도 채 되지 않았다. 주로 시속 150㎞대 초반의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컷패스트볼(커터), 슬라이더, 포크볼의 조합을 활용했다. 이 구종들만으로도 상대 타자를 제압하기에 큰 무리가 없지만, 피칭 메뉴를 다양화하면 그만큼 노림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영하의 스승으로 나선 유희관은 커브 구사에 일가견이 있다. 포심 구속은 시속 130㎞ 안팎이지만, 보유한 구종을 모두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탁월하다.

특히 커브는 제구가 매우 중요한 구종이다. 마치 폭포수와 같은 궤적을 그리더라도 제구가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꾸준히 던져보며 감을 익히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유희관은 그 능력을 갖췄다. 시속 100㎞가 채 되지 않는 느린 커브의 제구도 훌륭하다. 이영하가 매력을 느낀 포인트다.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15일 자체 청백전에선 시속 98㎞의 느린 커브를 구사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커터와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하면 상대가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처한다. 그래서 (유)희관이 형에게 커브를 배웠고, 또 많이 던지고 싶다. 이제 슬라이더와 커터는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다. 커브를 추가하면 피칭 메뉴도 다양해지고 상대 타자와 싸우는 방법도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풀타임 시즌은 평균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즌이다. 지난해 엄청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들뜨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하는 “변화구가 더 좋아져야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 것”이라며 “변화구가 밋밋할 때도 포심으로 이겨낼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나는 여전히 선발진에서 막내다. 형들에게 배우면서 부족한 점을 챙겨야 한다. 이전과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도 모르겠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덧붙여 “아픈 곳도 없고 몸 상태도 좋다. 더 이상 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지금 잡힌 일정대로만 갈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연기된 시즌이 하루빨리 시작하길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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