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유망주 강탄 “실업팀 대신 유럽 무대에 도전 하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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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핸드볼의 미래 강탄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한국 핸드볼의 미래로 꼽는 한국체대 강탄이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핸드볼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국 핸드볼의 미래 강탄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 한국 핸드볼의 미래로 꼽는 한국체대 강탄이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핸드볼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픈 곳이요? 한 군데도 없는데요(웃음).”

최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핸드볼 훈련장에서 만난 강탄(20)은 쌍꺼풀이 짙게 박힌 선한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보였다. 8개월 간 이어진 대학리그 대장정을 지난달에야 마친 그는 “기말고사가 열흘쯤 남았다”며 여느 학생들처럼 학업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국체대가 대학리그 준우승에 이어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팀내 2위인 67골을 터뜨린 2학년 강탄의 활약도 컸다.

지난해 3월 2018 청주 직지컵 대회는 ‘1학년 신입생’ 강탄의 활약에 들썩였다. 7년 만에 실업팀과 대학팀을 합해 치른 대회에서 강탄이 33골로 득점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선배의 부상으로 우연히 출전 기회를 얻은 그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뽐내며 특급 유망주의 탄생을 알렸다. 핸드볼계에서는 “한국 핸드볼을 이끌 대들보가 모처럼 등장했다”고 반겼다. 그는 “대학 1학년 ‘막내’라는 게 마음을 편하게 했다. 정말 겁 없이 선배들을 믿고 따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탄은 직지컵 때의 활약에 힘입어 올해 1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의 막내로 코트를 누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핸드볼 공을 잡은 강탄은 초중고 시절 ‘우승 제조기’로 통했다. 핸드볼 명문인 부평남초, 인천효성중, 정석항공과학고의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소년체육대회와 전국체육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고교 1학년 때 왼발 중족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잇달아 당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점프를 했다 착지하는 데 ‘뚝’ 소리만 들었다. 한번은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어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눈웃음이 많고 성격도 부드러운 ‘순둥이’지만 코트 안에서는 승부욕이 넘치고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강탄은 부상도 ‘독기’로 털어냈다.

“남들은 비인기 스포츠라고 하지만 핸드볼만큼 매력적인 운동은 없어요. 몸싸움을 정말 치열하게 하며 땀 흘릴 수 있거든요. 다시 코트를 뛰어 다니며 그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이를 악물었어요.”

국내 코트가 좁기만 한 강탄의 눈은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의 계획을 묻자 곧바로 “실업팀 대신 유럽 무대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랑스, 독일 등 ‘핸드볼 빅리그’가 있는 국가들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여자부에서는 류은희(29·파리92)가 프랑스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남자부에서는 황보성일 SK 감독(44)이 2010년까지 스위스에서 활약한 뒤 유럽파 명맥이 끊겼다. 강탄이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룬다면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강탄은 “유럽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 등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그만큼 더 기술을 갈고 닦으면 된다. 부족하다고 해 보지도 않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강탄(降誕)’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귀인(貴人)이 태어남’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가 이 뜻을 알게 됐다는 강탄(姜誕)은 “한자는 다르지만 ‘강탄’이 좋은 뜻이라는 걸 알았다. 그 의미에 걸맞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웃었다. 한 핸드볼 관계자는 “묵직하게 날아가는 강탄의 슛을 보면 ‘강탄(强彈·강슛에 비유)’이라는 단어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핸드볼에서 ‘코트의 사령관’이라는 센터백 포지션을 맡고 있는 강탄. 그가 유럽 코트를 휘저으며 현지 팬들을 감탄시킬 날은 언제쯤일까.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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