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 사상 첫 부자 MVP 놓쳤지만 ‘우승포수’ 꿈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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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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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백업 설움 딛고 KS서 두산 주전 포수 '활약'
1989년 KS MVP 빙그레 이글스 박철우의 아들

‘사상 첫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라는 역사를 쓰지 못했으나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던 꿈을 이뤘다.

’곰 군단‘ 안방마님 박세혁(29) 이야기다. 주전 포수 박세혁은 한국시리즈에서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쳐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섰다.

MVP를 수상하지는 못했으나 MVP급 활약이었다.

한국시리즈 MVP 기자단 투표에서 MVP로 선정된 오재일(36표)과 박세혁(26표)의 표차는 불과 10표에 불과했다.

박세혁은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1~4차전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수비에서도 발군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박세혁의 볼배합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으로 투수진을 이끌었다. 몸을 사리지 않으며 호수비도 선보였다.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자신의 손으로 일군 셈이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우승을 맛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박세혁은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5년 박세혁은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었지만, 2016년 두산이 통합 우승을 차지했을 때에는 박세혁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늘 양의지라는 큰 산이 있었다. 박세혁은 2016년 한국시리즈 출전 기록이 없다.

2017년 양의지의 잔부상이 겹치면서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쓰기도 했으나 두산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양의지에 막혀 딱 1경기에 교체 출전하는데 그쳤다.

양의지가 지난 겨울 NC 다이노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팀을 떠나면서 박세혁은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준비된 ’주전 포수‘였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성공적인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을 마음 속의 MVP로 꼽기도 했다.

타격에서 양의지만큼의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타율 0.279 4홈런 63타점 58득점의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포수임에도 빠른 발을 앞세워 9개의 3루타를 때려냈다.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이었다. 도루도 8개를 해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박세혁은 올 시즌 리그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두산이 팀 평균자책점 3.51로 2위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또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20승 달성에도 함께 힘을 보탰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박세혁과 키움 간판 타자 이정후 중 누가 사상 첫 부자 한국시리즈 MVP를 달성할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박세혁의 아버지인 박철우 두산 퓨처스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던 1989년 빙그레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MVP에 올랐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2군 총괄코치는 1993년과 1997년 해태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이정후가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533(15타수 8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고 플레이오프 시리즈 MVP를 차지, 사상 첫 포스트시즌 부자 MVP라는 기록을 써낸 터였다.

정작 박세혁의 머릿속에는 MVP도, 이정후도 없었다. 오로지 팀의 우승과 ’우승 포수‘라는 꿈만 또렷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출전했다가 7회초 교체되기도 했던 박세혁은 절치부심했고, 3차전부터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3차전에서 0-0으로 맞선 2회초 무사 1루 상황에 우측선상을 타고 흐르는 3루타를 작렬해 두산 공격의 물꼬를 텄다. 두산은 이후 3점을 더 올리며 흐름을 가져왔다. 팀이 4-0으로 앞선 8회초 2사 3루에서 쐐기 적시타를 날린 것도 박세혁이었다.

박세혁은 3차전에서 팀의 완봉승을 일구기도 했다. 그와 호흡을 맞춘 세스 후랭코프와 이용찬은 각각 6이닝 무실점, 3이닝 무실점으로 쾌투를 선보였다.

여기에 1회말 서건창의 도루 저지, 8회말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잡아낸 파울 플라이도 명장면이었다.

박세혁은 4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2회초 2사 1루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루타를 작렬해 1루 주자 김재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두산은 이후 허경민, 오재원의 적시타로 역전을 일궜다.

팀이 3-8로 뒤진 4회초에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 안타를 친 후 허경민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때 홈인, 두산의 추격을 이끌었다.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가 된 박세혁은 아쉽게 ’사상 첫 부자 한국시리즈 MVP‘ 타이틀을 놓쳤지만, 박세혁의 성적은 박철우 퓨처스 감독이 MVP를 수상할 당시 성적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박철우 퓨처스 감독은 MVP를 수상할 당시 타율 0.444(18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백업 포수에서 주전 포수로,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로 올라선 박세혁은 가을야구에서도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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