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밋의 비보 접한 클라크 “미소 가득하던 친구였는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4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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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모비스 아이라 클라크가 24일 태국 방콕 센추리파크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옛 동료 안드레 에밋을 떠올리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라크. 방콕(태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울산 현대모비스 아이라 클라크가 24일 태국 방콕 센추리파크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옛 동료 안드레 에밋을 떠올리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라크. 방콕(태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44세 현역 시즌 앞둔 클라크
KBL 역대 최고령 기록 다시 경신
에밋 비보 접하며 눈시울 붉히기도


불혹의 나이를 이미 훌쩍 넘긴 1975년생 ‘시계형’에게 한계란 없어 보였다. KBL 최고령 역사를 계속해 갈아 치우고 있는 아이라 클라크(44·미국) 얘기다.

새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다시 입고 현역생활을 연장한 클라크를 24일 태국 방콕 센추리파크 호텔에서 만났다. 이날 개막한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스컵’에서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는 클라크는 “무엇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농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현역으로서의 불꽃을 더 뜨겁게 태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또한 지도자를 준비하는 디딤돌로서도 값진 기회라는 절실함도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클라크는 KBL을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선수로 통한다. 2005~2006시즌 대구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뒤 서울 삼성, 창원 LG, 부산 KT, 전주 KCC 그리고 현대모비스까지 다양한 구단을 거치면서 경력을 쌓았다. 무엇보다 실력만큼 착실한 성격과 꾸준한 자기 관리로 국내 농구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8~2019시즌 현대모비스의 대체선수로 활약하며 KBL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웠던 클라크는 새 시즌 출전과 함께 자신의 기록을 갈아 치우게 된다. 클라크는 “직전 시즌 통합우승 후 감사하게도 구단 측에서 먼저 제의를 해주셨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 연말 합류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개막 전부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예정보다 일찍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클라크는 농구대잔치 세대의 대표주자였던 조동현 현대모비스 코치보다도 한 살이 많다. 조 코치는 “타고난 부분도 있어야겠지만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지금까지 현역으로 뛸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클라크를 치켜세웠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클라크는 “주위에서 내 장수 비결을 자주 묻곤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방식이나 식단 조절법 등이 많이 궁금한 모양이다”며 웃고는 “그럴 때마다 나는 두 가지 이유를 말해준다. 하나는 선수 생활 내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여태껏 농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어릴 적 나는 평범한 선수였지만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하고, 또 연구하는 자세로 지금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 FIBA 아시아 챔피언스컵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으로 합류한 클라크는 이번 대회의 외국인선수 출전 제한으로 실전은 뛰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라건아와 자코리 윌리엄스의 플레잉 멘토로서 자신의 몫을 다할 예정이다. 클라크는 “라건아와는 자주 이야기하면서 계속해 고쳐나가야 할 점을 의논한다. 또 윌리엄스의 경우 유재학 감독님의 패턴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그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고령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 넘치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클라크는 인터뷰 말미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이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안드레 에밋을 떠올리면서였다.

클라크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지난주에도 에밋과 전화통화를 하며 안부를 물었다”면서 침통함을 표했다. 이어 “에밋이 프로 2년차이던 때 미국에서 우연히 플레이를 보게 됐다. 실력도 뛰어났지만 언제나 웃으면서 농구를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KCC에서 함께 뛰면서 각별한 사이가 됐다”고 에밋과의 우정을 회상했다.

끝내 눈시울을 붉힌 클라크는 “에밋의 두 딸을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언제나 행복한 미소를 짓던 에밋에게 ‘모든 이들은 앞으로도 너를 잊지 못하리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울먹인 뒤 인터뷰를 마쳤다.

방콕(태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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