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에 대하여’ 2019년 롯데 레일리와 2004년 애리조나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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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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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레일리. 스포츠동아DB
롯데 레일리. 스포츠동아DB
브룩스 레일리(31·롯데 자이언츠)는 2019시즌 KBO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불운한 사나이로 통한다.

23일까지 올 시즌 2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5승13패, 평균자책점 3.84, 136삼진, 64볼넷이다.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며 묵묵히 자기 몫을 해냈지만 제이콥 터너(KIA 타이거즈), 장시환(롯데)과 함께 가장 많은 패전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총 19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했다는 점이다. 레일리보다 많은 QS를 기록 중인 투수는 케이시 켈리(LG 트윈스·24회)와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 타일러 윌슨(LG),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이상 22회) 등 5명에 불과하다.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는 동률이다. 이들 6명은 일찌감치 10승을 채웠다. 그러나 레일리는 13패와 별개로 승리가 5차례에 불과하다. 선발등판 시 팀 성적도 11승17패로 승률이 0.393이다. KBSN스포츠 봉중근 해설위원도 2008시즌(당시 LG 트윈스) 18차례 QS와 2.66의 평균자책점에도 11승(8패)에 그치는 불운을 겪었는데, 지금의 레일리를 보며 “그때 나는 10승 이상 했었다. 레일리의 불운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최하위에 처져 있는 팀의 전력이 레일리의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봉 위원은 “더 강한 팀에서 뛴다면 레일리의 성적이 확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지표가 QS다. 19차례 QS는 10승 이상 가능한 수치”라며 “공인구가 바뀌고 중장거리 타자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땅볼 유도가 많아졌고 그만큼 수비가 중요해졌다. 수비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디서든 10승 이상 가능한 투수”라고 밝혔다.

브랜든 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브랜든 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금의 레일리를 보면 떠오르는 ‘불운의 아이콘’이 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7시즌(2003~2009시즌) 동안 세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두 차례 다승왕, 한 차례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차지하는 등 199경기 87승62패,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거두고 은퇴한 브랜든 웹(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2004시즌이 그랬다. 당시 웹은 35경기에 선발등판해 7승16패, 평균자책점 3.59의 성적을 남겼는데, 총 21차례 QS에도 불구하고 승수는 3분의1에 불과했다.

그해 웹의 실점(111점)과 자책점(83점)의 차이는 무려 28점이었다. 팀의 시즌 성적도 MLB 최악인 51승111패(승률 0.315)였는데, 득실점 마진이 무려 -284(615득점·899실점)였다. 레일리와 웹의 사례는 에이스도 최악의 팀 전력을 확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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