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KT 첫 토종 10승’ 배제성, “이제는 가족들 초대하고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4일 12시 30분


KT 배제성. 스포츠동아DB
KT 배제성. 스포츠동아DB
KT 위즈가 그토록 찾던 토종 10승 투수. 배제성(23)이 그 첫 역사를 썼다. 하지만 배제성의 야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배제성은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이닝 5안타 1볼넷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28번째 등판 만에 시즌 10승(10패) 고지에 올랐다. KT는 2015년 1군 진입 이래 단 한 번도 토종 1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는데, 이날 배제성이 5년 묵은 숙원을 풀었다.

하지만 23일 그는 “7이닝이 최다 기록이었는데, 야구인생 첫 완봉승을 거뒀다”라며 “10승보다는 이닝을 많이 소화했다는 자체가 더욱 기쁘다.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제성의 야구인생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성남고 3학년 시절 부상 탓에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지만 롯데의 2차 9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당시 육성선수로 그를 영입하려던 구단의 허를 찌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후 1군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2017년 롯데와 KT의 2대2 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다. 올해 역시 반전이었다. 지난해까지 1군 24경기 36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였지만, 이강철 신임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 그를 눈여겨봤다. 승부구를 갖췄다는 판단에서였다. 주무기였던 커브를 봉인하는 대신 기존 속구, 슬라이더에 체인지업을 활용하기 시작하며 땅볼 유도가 훌쩍 늘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본인의 성실함이 더해졌다. 배제성은 KT 전력분석팀을 가장 많이 찾는 선수다. 데이터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매번 진화를 꾀한다. 이러한 ‘스마트함’은 배제성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마운드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제성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덕에 영어에 능통하다. 때문에 아들에게도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배제성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중고교 시절에도 타 선수들과 달리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 덕에 올 시즌을 앞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친 귀국길에서 비행기의 기내 안내방송을 듣고 NC 다이노스 선수단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준 바 있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정작 가족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인 기억은 손에 꼽는다. 본격적으로 1군 전력이 된 올해도 가족들은 생업 때문에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배제성은 특히 밤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아버지를 경기장에 모시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 아버지와 누나를 경기장에 초대해 가족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반전으로 가득했던 야구인생. 그는 이제 ‘상수’를 꿈꾸고 있다. 어느새 훌쩍 자란 배제성은 또 다른 진화를 준비하는 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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