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같은 드래프트…KT가 신인에게 바라는 ‘초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27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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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그리고 비상. KT가 신인들에게 바라는 점이다. 사진제공|KT 위즈
초심, 그리고 비상. KT가 신인들에게 바라는 점이다. 사진제공|KT 위즈
신인드래프트는 흔히 복권에 비교된다. 상위 지명자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반면 하위 지명자가 ‘지명순위의 반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KT 위즈의 생각이라고 이와 다르지 않다. 향후 프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단 하나, 초심만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KT는 26일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자 10명을 추려냈다. 1라운드에서 유신고 포수 강현우를 지명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 대졸 1순위로 내야수 천성호, 3라운드에서 투수 이강준을 지명했다. 이숭용 KT 단장은 “100% 만족한다.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뽑았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초 내야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만큼 ‘즉시 전력감’ 강현우, 천성호와 ‘미래 자원’ 윤준혁, 김성균 등을 지명한 것이 이 단장이 꼽은 최대 수확이다.

하지만 이 단장의 바람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KT는 올해 지명된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이 불린 직후의 초심을 잃지 않길 바라고 있다. 신인들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니폼에는 초심, 그리고 비상을 한자로 새겼다. 이들이 프로에서 어떤 유니폼을 언제까지 입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첫 유니폼’의 기쁨만큼은 선명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2라운더 천성호는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힘든 시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 느낌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숨기지 못했다. 9라운더 여도건은 “지명받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한 마음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 나를 위해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도 항상 간직하겠다”고 다짐했다.

KT 1차 지명자 소형준(오른쪽)의 프로 첫 사인볼이다. 사진제공|KT 위즈
KT 1차 지명자 소형준(오른쪽)의 프로 첫 사인볼이다. 사진제공|KT 위즈

부모님께 드리는 ‘프로 첫 사인볼’ 이벤트 역시 올해도 함께 진행했다.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하게 된 선수들인 만큼 사인 경험이 많지 않다. 구단이 준비한 로고 볼에 지명 직후 처음으로 하는 사인, 그 대상은 부모님이었다. 적어도 십수 년간 뒷바라지한 부모들은 이날 나란히 눈시울을 붉혔다. KT가 준비한 이벤트는 이날의 초심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제 막 출발점. 그들의 종착점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선물 받았다. 선수 본인은 물론 함께 고생한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허울뿐인 ‘원 팀’이 아닌, 진정한 KT 소속으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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