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분 참 오랜만이네요” 고종욱의 날개가 된 SK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8일 14시 53분


코멘트
SK 고종욱. 스포츠동아DB
SK 고종욱. 스포츠동아DB
“이런 기분 참 오랜만이네요.”

SK 와이번스의 ‘복덩이’가 따로 없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새로운 출발과 마주해야 했던 고종욱(30)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팀 내 꽉 찬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베테랑 김강민의 부상을 비롯해 외야진에 크고 작은 공백이 생길 때마다 이를 충실히 메워냈다. 어느덧 규정타석을 채워 타율 0.329(27일 기준)로 리그 5위에 올라선 고종욱은 14도루(1위)를 겸하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목표치로 설정한 한 시즌 개인 최다 30도루에도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고종욱은 “타격 순위권에 포함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며 “다시 온 기회라고 생각한다. 야구장에 나오면 ‘경기에 온전히 집중해서 이기고 가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의심의 시선을 걷어냈다. 2018년 12월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합류하던 때만 하더라도 ‘이 곳에 내 자리가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책임은 우리가 진다. 너는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 된다”며 울타리가 되어준 코칭스태프가 큰 힘이 됐다. 고종욱으로선 성적에 대한 부담을 느낄 이유도, 벤치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적응기를 거칠 수 있었던 고종욱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먼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운 좋게 상황이 맞아 떨어졌고, 기회를 주신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했다.

정수성 작전·주루코치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고종욱과 나눈 대화를 기억한다. 당시 정 코치는 “네가 먼저 이 악물고 보여줘라”라는 말을 했고, 고종욱은 “기회가 오면 악착같이 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평소 자신의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속마음을 알기 어려운 고종욱이지만, 정 코치는 별다른 말없이도 고종욱의 투지를 느낀다. 정 코치는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악을 품고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종욱이는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하는 선수”라고 지지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올해도, 내년에도 잘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독려하는 고종욱은 “달리기가 빠르기 때문에 최대한 살아 나가서 도루와 득점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잘 되고 있다”고 반겼다. 이어 “이제 상황에 맞는 배팅을 한다. 생각대로 잘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아직 보여드릴게 많다”고 강조했다. “즐기고 있다”는 고종욱의 발걸음이 가볍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