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상화 “내가 세운 세계기록, 영원히 깨지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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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6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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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5.16/뉴스1 © News1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5.16/뉴스1 © News1
은퇴를 선언한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이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언제까지 세계신기록이 유지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욕심이지만 영원히 안깨졌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 2013년 11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이상화가 기록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36초36의 기록은 약 5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세계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상화는 “기록은 언젠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 기량을 보면 많이 올라왔다. 이제 36초대 진입은 쉬워졌다”면서도 “언젠가 (기록이) 깨지겠지만 1년 정도는 더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은퇴 후 지도자,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당분간은 운동선수로서의 압박감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30세가 될때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다. 지금은 다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며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이전의 나를 내려 놓고 당분간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상화와의 일문일답.

-언제 은퇴를 결심했나.
▶사실 3월말에 은퇴식이 잡혀 있었다. 막상 은퇴를 하고 은퇴식을 치르려고 하니 그때 실감 나더라.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아서 좀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재활을 병행했다. 그런데 예전 몸 상태로 올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지금 은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0세가 될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다. 지금은 다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며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나를 내려놓고 당분간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

-국가대표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소치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에 앞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운동선수들에게는 징크스가 있다.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딸 것이라는 징크스가 있었다. 나 또한 두려웠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를 했다. 깔끔하고 완벽한 레이스여서 기억에 남는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의미는?
▶밴쿠버 올림픽 메달은 첫 메달이었다. 밴쿠버 올림픽 때는 3위 안에만 들자는 목표로 출전했는데 깜짝 금메달을 땄다. 소치 올림픽은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계속 좋은 성적으로 2연패를 했다는 것 자체로 내 자신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고 싶다. 평창 올림픽 때는 3연패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이겨내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부상도 4년 전보다 점점 커져가고 있었고 우리나라라서 더 긴장된 것도 있었다. 평창 올림픽 은메달도 굉장히 예쁘다. 나에게는 다 좋은 메달이다.

-고다이라 나오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만나자고 했었는데.
▶은퇴 기사가 나온 뒤 나오가 깜짝 놀라서 농담 아니냐고, 잘못된 뉴스였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줬다. 일단 상황을 보자고 일단락 시켰지만 오늘 알게 됐을 것 같다.

-은퇴에 대해 부모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셨는지.
▶부모님은 계속 운동하는 것을 원하셨던 것 같다. 은퇴 날짜가 잡히기 전에도 속상해 하실까봐 말씀을 안 드렸다. 나만큼 많이 섭섭해 하실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잘하고 오라고는 하셨는데 서운함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겨울에 딸 경기를 못 보시게 됐는데 차차 달래 드리겠다.

-지도자 계획은 있나?
▶은퇴에 대해 올해 들어 고민했다. 미리 은퇴를 생각했다면 평창 올림픽 때부터 미래를 계획 했을 것이다. 이제 목표를 세워갈 차례다. 내가 은퇴하면 스피드 스케이팅이 비인기 종목으로 사라지는 것 아닌지 아쉽다. 후배들을 위해 지도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된 후에 고민해야할 문제이지만 (지도자를 할) 의향은 있다.

-은퇴하면서 제일 아쉬운 점은?
▶겨울에 성적을 내기 위해 여름에 열심히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제일 많이 생각났다. 겨울에는 성적을 내면 그만이다. 여름 과정이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함께 메달을 땄던 모태범, 이승훈에게 한마디 해달라.
▶태범이는 스케이트를 떠나 다른 종목을 하고 있다.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데 하는 얘기는 다 똑같다. 같이 운동할 때가 재밌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은퇴를 하지만 그 친구들은 현역이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들이 이상화를 어떻게 기억해주기를 원하는가?
▶평창 올림픽 끝나고 인터뷰에서 레전드, 살아있는 전설로 남고 싶다고 했는데 변함없다.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에 이런 선수가 있었고 그의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노력했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했던 선수였다고 기억되고 싶다.

-같이 경쟁했던 고다이라 나오에게 하고픈 말은?
▶나오와는 중학교 한일 친선 경기를 하며 친해졌다. 아직 나오는 현역이다. 정상을 지키기 위해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하던 대로 해주면 좋겠다. 나가노에 놀러가겠다고 하니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조만간 찾아갈 계획이다.

-베이징 올림픽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만약 베이징 올림픽 간다면 그때도 부담감 속에 떨었을 것 같다. 그간 1등만 하던 이미지였던 것 같다. 2등만 해도 죄를 짓는 기분이어서 평창 올림픽 때도 힘들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을 못한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준비 과정도 더 어려울 것 같다.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로 참가하고 싶다.

-고다이라 나오 외에 기억나는 라이벌이 있는지?
▶2015년, 2016년에는 중국 선수가 500m 강자로 뜨면서 한중전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 친구와 번갈아 가며 1, 2등을 했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세웠고 마지막에는 내가 우승을 했다. 한중전과 한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수생활 하면서 고마운 분들은 누가 있나?
▶굉장히 많다. 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도와주신 코치 분들, 대표팀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게 도와준 분들이 많다. 소치 올림픽부터 평창 올림픽까지 같이 했던 케빈 크로켓 코치도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된다면 캐나다로 가서 찾아뵙고 싶다. 한국에 계신 많은 코치 선생님들께도 인사드리고 고마움을 전달할 예정이다.

-세계신기록이 언제까지 안 깨졌으면 좋겠나?
▶욕심이지만 영원히 안 깨졌으면 좋겠다. 기록은 언젠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 기량을 보면 많이 올라왔다. 이제는 36초대 진입은 쉬워졌다. 언젠가 깨지겠지만 1년 정도는 유지됐으면 좋겠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었다. 어떻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일을 하겠나. 그래서 많이 힘들었고 부담이 많았다.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계속 식단 조절도 해야 했고 남들이 1개 할 때 2개를 해야 했다. 이런 점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다. 모든 것을 자제하고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게 힘들었다.

-포스트 이상화로 지목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
▶김민선 선수를 추천하고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많이 성장한 선수다. 내 어렸을 때 모습과 흡사한 것도 봤다. 평창 올림픽 때도 같이 방을 썼는데 어린 선수가 나한테 떨지 말라고 하는 게 대견스러웠다. 신체조건도 좋다. 500m뿐 아니라 1000m도 연습해서 최강자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싶다.

-동시대 활약한 곽윤기, 김연아 등에게 메시지를 받은 것이 있나?
▶한국에 있는 친구보다 외국 친구에게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한국 친구들은 축하한다고 말하기 망설여질 것이다. 나오랑 스벤 크라머 등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니 많은 메시지를 받게 될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하루에 운동을 4번했는데 그게 많이 힘들었다. 오후 3시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런 패턴을 내려놓고 싶다. 이제 나도 한가롭게 산책하고 싶다.

-최근 연예 소속사랑 계약했다. 향후 활동 계획이 있는 건가?
▶아직은 향후 계획이 없다. 나를 내려놓고 어떻게 제2의 삶을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하겠다. 연예 소속사지만 스포츠 선수들도 많다. 어울리며 친분을 쌓고 싶다.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평창 올림픽 전이 가장 힘들었다. 독일에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평창으로 넘어갔는데 느낌이 달랐다. 메달을 못 따면 어떻게 하냐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다. 4년간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 1등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서 많이 힘들었다.

-자기 관리 차원에서 하는 운동이 있나?
▶스케이트를 하다 다른 종목으로 가는 선수도 있다. 나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에 있을 때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다른 종목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릎 부상이 있어서 다른 운동은 할 수 조차 없었다. 이제는 정말 수술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몸 상태가 나아지면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게 될 것 같다.

-오늘 기자회견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잠을 편히 자고 싶다. 평창 올림픽 끝나고 알람 끄고 생활할 것이라 했는데 이틀 밖에 못했다. 지금도 알람을 끄고 편히 자보고 싶다. 은퇴식을 한다고 해서 착잡하고 힘들었다. 이제 선수 이상화는 사라졌으니 일반인 이상화로 돌아가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덕목은 무엇인가?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사람들을 보면 힘들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쟤도 하는데 왜 나는 못할까’라는 마인드로 임했다. 안 되는 것을 되도록 노력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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