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홈런시대…새 공인구가 호출한 다운스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1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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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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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듯했던 ‘어퍼스윙’은 큰 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17일까지 105경기를 치렀다. 리그 홈런수는 167개, 안타는 1860개다. 지난해 4월 17일까지 리그는 97경기를 소화했는데 홈런은 232개, 안타는 1871개가 나왔다. 반발력을 일본리그 수준으로 낮춘 새 공인구가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숫자의 변화다.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모두가 새 공인구의 영향을 공감하고 있다. 홈런이 될 것 같은 타구가 마지막에 펜스 앞에서 잡힌다. 외야 관중석 상단을 때리는 큰 홈런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홈런 발사각도에 최적화된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이 많은데 새 공인구의 비거리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어퍼스윙은 메이저리그의 플라이 볼 혁명과 함께 KBO리그에 전파됐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이에 대응하게 위해 다시 커브를 던졌고 하이 패스트볼을 가다듬고 있다. 홈런에 최적화된 발사각도로 스윙하는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진화였다. 어퍼스윙은 과거에는 교과서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따랐던 방법이다.

현역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였던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자신의 타격 이론을 설명하며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교시절 우리는 무조건 다운스윙으로 쳐야 한다고 배웠다. 어퍼스윙으로 치면 타구가 멀리 나간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치면 선배들에게 혼쭐이 났었다.”

완성도 높은 어퍼스윙을 갖고 있는 두산 베어스 최주환도 “고토 고지 전 타격코치가 나만의 방식을 존중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여전히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약점이 많은 스윙이다. 확률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퍼스윙은 뜬공에 최적화 되어 있는데 홈런 혹은 외야 깊숙한 코스가 아니면 플라이볼 아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공인구의 변화는 다시 다운스윙을 주목하게 한다. 공을 내려찍는 스윙을 갖고 있는 롯데 전준우는 17일까지 황재균(KT 위즈)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밝히며 “다운스윙은 공에 더 많은 회전을 주기 때문에 반발력의 영향을 어퍼스윙보다 더 적게 받는다. 전준우가 많은 홈런을 치는 것도 같은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면 어퍼스윙의 장점은 크게 줄어든다. 새 공인구가 다시 다운스윙을 호출하고 있는 셈이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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