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첫 관문, 적은 필리핀이 아니라 ‘1차전’이다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4일 0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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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 등 메이저대회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소위 ‘이변’이나 ‘반란’으로 칭해지는 의외의 결과들은 주로 일정 초반에 나타난다. 특히 개막전을 비롯해 조별리그 1차전에는 강호들이 약자들에게 덜미를 잡히거나 졸전 끝에 무승부에 그치는 일들이 심심치 않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가장 상식적인 해석은 몸이 덜 풀린 탓이다. 우승후보도 대회 첫 경기는 긴장이 되게 마련이고 따라서 잃을 것 없이 달려드는 약체에게 고전하는 일들이 적잖다. 지향하는 바가 다른 영향도 있다.

독일이나 브라질이 준비하는 월드컵과 한국이나 일본이 짜는 본선 플랜이 똑같을 수 없다. 소위 우승후보들은 결승까지 7~8경기를 펼쳐놓고 로드맵을 짠다. 조별리그에서는 팀이 완전치 않더라도 토너먼트 16강, 8강을 거치면서 팀이 완성 궤도에 오르는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은 약체들은 그야말로 매 경기만 바라보고 ‘올인’ 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다윗에 쓰러지는 골리앗들이 발생한다.

강팀 입장에서는 초반 고비를 잘 넘으면 이후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러시아 월드컵 때 독일처럼 초반에 예상보다 크게 휘청거리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한국의 목표는 단연 우승이다. 월드컵에서는 매 경기가 결승전 같은 경기지만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아시아 대회에서는 그림을 다르게 그려야한다. 한국이 59년 쌓인 한을 풀고 트로피를 되찾아오려면 7경기를 소화해야한다. 짧은 기간 많은 경기를 치러야하는, 뒤로 갈수록 강호들과 맞붙는 토너먼트를 고려해 힘을 배분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 우리의 첫 상대는 필리핀이 아니라 ‘1차전’이라는 경계심으로 임해야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3일 결전의 땅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입성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아부다비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했던 벤투호는 이제 두바이에서 마무리 담금질을 진행하며 오는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준비하게 된다.

필리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에 올라 있는 팀으로, 53위인 한국과 전력을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본선 참가국이 기존 16개 나라에서 24개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면 본선에서 보기 힘든 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우위고 누구나 한국의 승리를 점친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초반 선제골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한국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하다. 필리핀 정도의 팀에게 경기 막바지까지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아야하는 상황이 나온다면 이기고도 손해가 될 수 있다.

마음먹고 내려앉아 있을 상대의 밀집수비를 빨리 깨뜨리지 못한다면 불필요한 소모전이 될 수 있다. 상대는 잃을 게 없으나 우승 후보 한국으로서는 이겨야 본전이 될 첫 경기다. 게다 에이스 손흥민이 함께 할 수 없다. 걱정은 우리가 더 많다.

상대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현재 필리핀 대표팀의 지휘봉은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잡고 있다. AS로마, 피오렌티나, 라치오(이상 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 레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등 빅리그 클럽과 잉글랜드, 멕시코, 코트디부아르 등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명장 에릭손의 손을 탄 필리핀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이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 때 엿본 필리핀도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비록 4강에서 박항서의 베트남에 패하기는 했으나 경기를 주도한 쪽은 필리핀이었다.

아직 선수들의 기량이 객관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있진 않아 세련미나 마지막 정교함은 떨어졌으나 전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발전이 보였다. 그때보다 더 훈련 기간이 늘어났다는 것, 그들도 에너지를 가득 품고 의욕적으로 뛸 1차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경계심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 한국의 목표는 우승이다. 그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이 대회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환영받을 수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공들여야한다. 우리의 첫 상대는 약체 필리핀이 아니라 ‘1차전’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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