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는게 없는 배구천재 “FA 잡념은 떨치기 힘들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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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어 꼽히는 대한항공 정지석

정지석이 11일 2018 동아스포츠대상 남자배구 부문 수상자로서 유니폼 대신 정장을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 시즌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그는 “많은 관심 때문에 주춤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마음 정리를 다했다.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지석이 11일 2018 동아스포츠대상 남자배구 부문 수상자로서 유니폼 대신 정장을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 시즌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그는 “많은 관심 때문에 주춤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마음 정리를 다했다.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전에는 배구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11일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대한항공 정지석(23·레프트)은 남자배구 부문 최고 선수로 뽑혀 상을 받은 뒤 “배구만 잘한다고 받는 상이 아닌 걸 안다. 정말 영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하지만 “어렸을 땐 배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올 시즌 부담이 참 많았다”며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정지석은 개막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 당시 대한항공을 뺀 3개팀(삼성화재 OK저축은행 한국전력) 감독은 입을 모아 가장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정지석을 꼽았다. 시즌 후 에어컨리그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정지석 쟁탈전’을 시즌 전부터 예고한 셈. 정지석은 “순간 ‘내가 이 정도였어?’라고 되물을 정도로 놀랐다”고 말했다.

정지석 본인은 의아해하지만 그의 성적을 보면 모든 감독이 탐낼 만하다. 올 시즌 정지석은 공격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 몫을 하고 있다. 득점은 275점으로 전체 6위, 공격은 58.31%로 2위, 서브는 세트당 0.381개로 5위다. 후위공격은 2위에 4%포인트 이상 앞서는 1위(68.06%)다.

수비도 공격 못지않다. 센터들의 전유물인 블로킹 부문에서도 8위(세트당 0.476개)에 이름이 올라 있다. 리시브 2위(53.3%), 디그 6위(세트당 1.683개), 수비 3위(세트당 5.143개)로 공수를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고교 졸업 직후 프로에 직행해 전성기도 오지 않은 24세에 FA가 된다는 점,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는 점은 그의 가치를 더하는 ‘플러스알파’ 요인이다. 정지석은 “동아스포츠대상이 개인 첫 수상”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상복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연스레 정지석에 대한 관심은 ‘시즌 후’로 쏠린다. 일각에서는 V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한선수(6억5000만 원·대한항공)를 넘어 10억 원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정지석은 “시즌 전만 해도 FA가 되는 걸 ‘살짝’ 기대했는데, 질문이 쏟아지고 머릿속에 맴돌다 보니 몸도 마음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는 팀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2라운드 전승을 노리던 대한항공은 라운드 막판 주춤하며 2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경기까지 지고 안 풀리는 날엔 혼자 이불 속에 들어가서 ‘이불킥’을 하며 엉엉 울기도 했어요.”

잠시 방황(?)하던 그를 다잡아준 경기가 9일 우리카드전이었단다. 세트스코어 0-2로 패색이 짙던 대한항공은 3세트부터 정지석, 가스파리니가 살아나며 3-2 역전승을 거두고 선두 자리도 되찾았다. 정지석은 “3세트를 이기고 전광판을 본 순간 ‘오늘 경기도, 시즌도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헤매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1, 2세트까지 6득점에 그쳤던 그는 3∼5세트에서 14점을 올리며 역전을 이끌었다. 13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현대캐피탈과의 맞대결에서도 양 팀 최다인 22점으로 3-1 승리를 견인했다.

“‘FA 잡념’은 이제 접었습니다. ‘부상 안 당하고 지금처럼만 하자’가 목표예요. 제가 멘털은 센 편이라 며칠 푹 자고 나니까 마음 정리도 확실히 됐어요. 경기장 안팎에서 활약할 제 모습 지켜봐 주세요. 하하.”

훤칠한 키(195cm)에 피부가 유난히 하얘 ‘씻은 배추 줄기’라는 별명이 붙은 정지석은 특유의 ‘뽀샤시’한 미소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배구#대한항공#정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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