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20년지기 장정석과 넥센을 말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5시 30분


2018 플레이오프(PO)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맞대결은 ‘염경엽(SK 단장)’이라는 공통분모 탓에 ‘염경엽 시리즈’라고도 불린다. 한때는 넥센의 수장이자 현 장정석 감독의 동료이기도 했던 염 단장은 이제 SK의 프런트 총괄로 친정팀을 상대한다. 스포츠동아DB
2018 플레이오프(PO)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맞대결은 ‘염경엽(SK 단장)’이라는 공통분모 탓에 ‘염경엽 시리즈’라고도 불린다. 한때는 넥센의 수장이자 현 장정석 감독의 동료이기도 했던 염 단장은 이제 SK의 프런트 총괄로 친정팀을 상대한다. 스포츠동아DB
플레이오프(PO)에서 맞붙는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를 잇는 연결고리들이 제법 많다. 지하철만으로도 오갈 수 있는 수도권 팀간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과 자유로운 팀 분위기를 바탕으로 호성적을 낸 공통점, 여기에 SK 염경엽(50) 단장과 넥센 장정석(45) 감독의 관계 등이 양 팀간의 묘한 긴장감을 자극한다.

SK와 넥센의 맞대결은 ‘염경엽 시리즈’로도 불린다. 염 단장은 한 때 ‘넥센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아울러 장 감독과 과거 한솥밥을 먹으며 가을 무대를 누빈 기억도 공유하고 있다. 염 단장은 넥센의 사령탑으로, 장 감독은 운영 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염 단장이 감독 지휘봉을 잡은 2013~2016시즌 내내 넥센은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며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누렸다.

이젠 둘의 위치가 달라졌다. 장 감독은 현장에서 선수들과, 염 단장은 프런트 수장으로 SK 트레이 힐만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모두가 꿈꾸는 한국시리즈(KS) 진출까지 단 3승을 남긴 PO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더 이상 가을의 동반자가 아닌 서로 다른 진영에 선 오늘의 적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넥센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 PO에서 만난 어제의 동지 “팬들 위해 최선 다해야”

둘 모두에게 성공적인 만남이다. 염 단장과 장 감독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덕에 우승이란 최고의 수확으로 가는 길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장 감독의 경우 부임 첫 해인 2017시즌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섬세한 ‘소통 리더십’을 기반으로 자신의 색깔을 넥센에 잘 녹여냈다. 덕분에 2018시즌 여러 내홍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련을 딛고 팀을 PS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염 단장도 마찬가지다. 힐만 감독과 2년간 손발을 맞춘 끝에 페넌트레이스 2경기를 남겨두고 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양 팀 모두 숱한 고비를 넘어 이 자리에 왔기에 “최선의 경기를 하자”는 것이 염 단장의 생각이자 다짐이다.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염 단장은 “시즌을 치르면서 장 감독이 참 많이 힘들었을 거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현재 넥센 감독과 스태프가 팀을 잘 이끌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리도 열심히 준비했고, 트레이 힐만 감독과 스태프가 잘 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서로의 목표지점이 있으니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양 팀의 여러 관계를 떠나 PO에 걸맞은 명품 경기를 펼치는 것이 먼저다. 양 팀을 지켜보는 팬들의 눈 역시 상상 이상으로 많다. 염 단장은 말했다.

“장 감독은 나와 20년 지기다. 선수들 상당수도 5년 이상 생활을 함께한 제자들이다. 모두 잘 했으면 좋겠다. 장 감독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두 팀 모두 팬들을 위해 정정당당하고, 멋있고, 깨끗한 야구로 멋진 경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팬들을 위한 명승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왼쪽)-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넥센 장정석 감독(왼쪽)-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 후배 이끄는 베테랑의 힘, “넥센과 SK의 공통점”

SK와 넥센이 한 시즌을 성공적으로 풀어온 데는 베테랑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염 단장 역시 양 팀의 공통점으로 꼽는 부분이다. 베테랑이 감독, 코칭스태프와 한마음으로 후배를 이끌고, 키우는 일이다. 실제 SK는 한동민이 “전광판을 보지 말라”는 김강민의 조언으로 시즌 중반의 타격 슬럼프를 이겨냈고, 곧 한동민도 타격 훈련 때 어린 후배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조언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넥센도 박병호, 서건창 등의 고참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돌봐 ‘화수분 야구’의 근간을 마련해준다.

염 단장은 “SK와 넥센의 장점은 선배들이 후배를 키운다는 것이다. 후배들이 편하게 경기를 할 있도록 도와주고, 조언을 해준다”며 “선배가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하는 거다. 감독, 코치, 선배가 한 마음으로 후배들을 키우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넥센은 장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었고, 우리도 힐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잘 만들어줬다”며 “코칭스태프의 성향도 비슷하고, 양 팀이 닮은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감사하고 기쁘다”고 했다.

힐만 감독이 PS를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하면서 염 단장은 SK의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나도 감독 후보에 있는 사람이다. 결정은 구단의 몫이다. 지금 이야기를 한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선수들이 힐만 감독에게 좋은 이별 선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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