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미스터리… 파죽의 5연승 어느새 단독선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홈런 7위 안타 9위 평균자책점 7위


프로야구 두산이 5연승으로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팀 성적만 놓고 보면 ‘약삭빠른 여우’ 같지만 팀 기록을 뜯어보면 ‘미련한 곰’처럼 보인다. 개인 기록이나 팀 기록에서 특출한 강점이 보이지 않아 선두 부상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선두권에 포진한 SK, KIA는 장점이 확실하다. SK는 ‘홈런 공장’ 명성대로 최정, 로맥, 김동엽 ‘클린업 트리오’가 홈런왕 경쟁 구도를 ‘집안싸움’으로 만들며 불방망이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KIA는 양현종, 헥터 ‘원투 펀치’에 팻딘까지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선발야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두산에는 아직 투타에서 확실한 선수가 없다. 린드블럼, 후랭코프 외국인 원투 펀치는 아직 ‘베스트’가 아니다. 꾸준히 10승 이상을 올려주던 장원준도 예열이 덜 됐다.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는 공수 부진 끝에 9일 2군으로 내려갔다. 젊은 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불펜진은 경험이 더 필요하다.

어딘가 완성이 덜된 두산의 모습은 팀 기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시즌 첫 단독 1위로 올라선 8일 현재 두산의 팀 타율은 0.279로 5위다. 홈런은 10개로 롯데, 한화와 함께 공동 7위. 팀 안타 수는 112개로 9위다. 투수진도 허점이 보인다. 팀 평균자책점은 5.25로 7위, 피안타도 127개로 7위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 또한 1.56으로 8위에 머물러 있다. 매 이닝 2명에 가까운 상대 팀 주자들이 투수를 흔드는 셈이다.

기록만 따지면 순위표 꼭대기를 차지할 이유가 없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지지 않는 야구를 한다. 상대 팀보다 안타를 덜 때렸지만 높은 출루율(0.371·2위)에 기반을 둔 달리는 야구(도루 16개·1위)로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다.

10승 중 1점 차 승리만 4차례다. 8일 NC전에서는 9회말 주장 오재원이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5연승의 시발점이 된 3일 LG전에서도 4-4로 맞선 11회말 최주환이 끝내기 안타를 쳤다. 앞선 네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최주환의 집중력이 빛난 순간이다.

마운드에서는 5선발 이용찬이 잇몸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선발로 복귀한 이용찬은 시즌 2승에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소리 없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비결이 뭘까. 두산 선수들은 집중력을 꼽고 있다. 5연승 동안 3경기에서 결승타를 때린 최주환은 “선수들이 아직 베스트는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만큼은 집중력을 발휘해 각자 제 몫을 해 준다. 클러치 상황을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병헌(롯데), 니퍼트(KT) 등이 빠진 지난해 준우승팀 두산은 시즌 전 5강권 밖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보란 듯이 선두 경쟁에 가담했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계산에 없던 선수들이 선전하며 잘 버텨주고 있다. 팀이 정비되면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프로야구 두산#최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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