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눈·바람’에 갇힌 KLPGA 국내 개막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8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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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사진제공|KLPGA
김지현. 사진제공|KLPGA
봄을 질투하는 꽃샘추위가 여왕들의 기지개마저 시샘한 탓일까. 화창한 봄 날씨와 함께 산뜻하게 출발하려던 2018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오픈(총상금 6억 원)이 ‘비·눈·바람’에 갇혀 절반의 완성에 그쳤다.

● 여왕 질투한 삼다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5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파72·6220야드)에서 개막한 롯데렌터카 오픈은 원래 4라운드 72홀 스트로크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이번 대회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KLPGA 투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4월의 개막전’을 맞아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총출동했다.

그런데 때 아닌 이상기후가 발목을 잡았다. 조짐은 1라운드부터 심상치 않았다. 비를 동반한 바람이 온종일 제주도 일대를 괴롭혔다. 다행히 1라운드는 예정대로 속개됐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2라운드가 예정됐던 6일부터 방해꾼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됐다. 불청객은 강풍과 눈이었다. 이날 새벽 대회장 주변에는 평균 초속 10m에서 15m 사이의 강풍이 불었다. 그린 위에 놓인 공이 바람에 휩쓸려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오전 7시 출발 예정이던 첫 조는 1번 홀 티오프조차 하지 못했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오전 9시 1차 미팅을 마친 뒤 낮 12시에 라운드 취소를 결정했다.

롯데렌터카 오픈은 7일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엔 급작스럽게 내린 눈이 문제였다. 새벽부터 흩날린 눈발은 그린을 덮었고 여기에 강풍까지 겹쳐 대회 진행이 불가능했다. 전날에 이은 이틀 연속 라운드 취소. 결국 롯데렌터카 오픈은 기존 72홀 승부에서 36홀 절반 승부로 축소되고 말았다.

● 36홀 승부의 주인공은 김지현

8일 다소 안정된 날씨 속에서 펼쳐진 최종라운드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아침조로 출발한 오지현(22·KB금융그룹)이 버디 9개를 잡으며 7타를 줄여 합계 8언더파 136타 단독선두로 치고 나왔다. 일찍 경기를 마친 오지현은 ‘클럽하우스 리더’ 자격으로 남은 경쟁자들의 플레이를 기다렸다. 자신보다 타수가 적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승이 확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지현 천하’를 함께 이끌었던 김지현(27·한화큐셀)이 전반 7번과 9번 홀 버디에 이어 11~12번 홀 연속 버디로 9언더파 단독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어 나머지 6개 홀에서 모두 파를 지켜 최종합계 9언더파 135타로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3승을 챙기며 대세로 떠오른 김지현은 이번 국내 개막전 우승을 통해 2018시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롯데렌터카 오픈은 두 개 라운드가 축소됐음에도 우승상금은 예정대로 지급돼 김지현은 1억2000만원이라는 선물도 함께 챙겼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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