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이정후가 말하는 2년차 징크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22일 05시 30분


지난해 KBO리그 신인왕 이정후는 ‘2년차 징크스’가 두렵지 않다. 최근 시범경기 부진 역시 개의치 않는다.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지 않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가겠다는 자세가 확고한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지난해 KBO리그 신인왕 이정후는 ‘2년차 징크스’가 두렵지 않다. 최근 시범경기 부진 역시 개의치 않는다.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지 않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가겠다는 자세가 확고한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넥센 ‘신인왕’ 이정후(20)는 2년차 징크스가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 이정후는 최악의 타격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1일 LG전에선 4차례 타석에 들어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0.095(21타수 2안타)로 채 1할도 되지 않는다. 하루 전 타율인 0.111에서 더 떨어졌다. 2017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팀 내 최다인 179안타, 타율 0.324로 ‘퍼펙트’ 신인왕에 올랐던 그에겐 다소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손가락 골절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불참한 그의 타격 부진에는 자연스레 ‘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가 따라 붙었다.

그런데 LG전을 앞두고 만난 이정후의 표정은 밝았다. 오히려 “정규시즌이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2년차 징크스는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선배인 김하성의 조언 덕분이다. 이정후는 “형들 말로는 징크스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더라. 지난해와 다를 것이 없는데, 2년차이기 때문에 괜히 ‘징크스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김)하성이 형에게 물어보니 ‘하던 대로 하라’고 하더라. 열심히 하면 나도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웃었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그 역시 “기록만 좋지 않을 뿐 컨디션은 좋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힌 것도 있다. 본인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천천히 하면 된다”고 굳은 신뢰를 보냈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지난해 180안타 고지를 넘지 못한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한 이정후는 일단 올 시즌 차근차근 이뤄나갈 작은 목표를 설정해 뒀다. “첫 안타를 치면 10개로, 또 10안타를 달성하면 50안타로 점점 키워나갈 계획이다. 멀리 생각하기보다는 짧게 두고 하나씩 이뤄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치른 프로 첫해의 자신을 다시 한 번 뛰어넘어볼 요량이다.

아버지 이종범 해설위원의 존재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실력으로 ‘이종범의 아들’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겠다는 다짐이다. 이정후는 “아버지를 나의 그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잘해도 아버지와 비교가 되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만 손해다. 어떻게 해도 아버지를 넘기는 쉽지 않다. ‘그냥 나답게 하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kt 강백호, 삼성 양창섭 등 과거 청소년대표팀 동료였던 올 시즌 특급 루키들도 이정후에게 기분 좋은 자극제다. 이정후는 “모두들 프로에 와서도 잘하니 기분이 좋다. 괜히 작년 기분도 난다”며 기뻐했다. 이어 “자신을 믿고, 몸이 반응하는 대로 하다가 잘 안되면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선배들 말 잘 듣고, 밥 많이 먹고, 잠 많이 자라. 정말 힘들다”며 나름의 노하우도 전했다. “요즘 먼저 연락이 안 오더라. 내가 먼저 해야겠다”고 미소 짓는 그는 “만약 맞붙게 된다면 내가 이기겠다”고 힘줘 말했다.

고척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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