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차민규 은메달, 비결은 400m 대반전 스퍼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19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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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야말로 ‘서프라이즈’가 따로 없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외신 기자들도 “어메이징(놀랍다)”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 남자 빙속의 ‘신성’ 차민규(25·동두천시청)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4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값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감격적인 메달을 거머쥐며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비결은 믿을 수 없는 막판 스퍼트였다. 14조 주자로 나선 차민규는 이날 9초63의 기록으로 100m 구간을 통과했다. 이전까지 1위를 달리던 가오팅위(중국·9초47) 보다 0.16초 늦은 전체 5위의 기록이었다. 스타트가 생명인 500m에서 0.16초의 격차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보였다.

그러나 차민규는 엄청난 속도로 곡선주로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약 200m를 남겨둔 상황에서 가오팅위와 격차는 점점 줄었고, 결국 34초4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골인한 시점에서 그의 기록은 케이시 피츠랜돌프(미국)의 기존 올림픽 기록보다 빨랐다. 16조의 하바드 로렌트젠(노르웨이)이 34초4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최종 2위로 밀리긴 했지만,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18조의 알렉스 라크로이(캐나다)와 미카 파우탈라(핀란드)가 각각 11위와 4위로 레이스를 끝내며 차민규는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빙속 남자 500m에서 한국이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모태범의 금메달 이후 8년만이다. 이번 평창대회만 놓고 보면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차지한 김민석(19·평촌고)에 이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의 두 번째 메달이다. 당초 메달권으로 여기지 않았던 선수들의 선전이라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차민규에 대한 주목도는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물론 이승훈(30·대한항공), 김보름(25·강원도청)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의 주종목인 500m에서도 시선은 이 종목 우승 경험이 있는 모태범(29·대한항공)에게 쏠렸다. 그러나 차민규는 이에 개의치 않고 묵묵히 스케이트날을 갈았다. 특기인 곡선주로 주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약점으로 꼽히던 스타트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날의 값진 은메달은 그 노력의 결과였다. 스스로도 “지금까지 기록을 놓고 보면 오늘 100m 구간기록은 괜찮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스피드스케이팅 관계자도 “차민규의 스타트는 물론 100m 기록이 엄청났다. 곡선주로에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차민규가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모습을 지켜보던 박종명 빙상연맹 사무국장도 “감동의 레이스였다”고 박수를 보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해 TV로만 이를 지켜봤던 아픔도 단번에 씻어냈다. 차민규는 “과거는 잊고 평창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며 “에이스라는 말은 아직 어색하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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