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4점차 대역전… 차준환, 기적같은 ‘평창행 티켓’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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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올림픽대표 최종선발전
지난 시즌 프로그램 꺼내 든 승부수… 전날 쇼트 이어 프리도 압도적 1위
오서 코치 “톱10 진입이 목표”… 여자싱글선 최다빈-김하늘 티켓

한국 남자 피겨의 샛별 차준환이 7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3차) 프리스케이팅에서 ‘일 포스티노’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차준환은 1, 2차 선발전에서 이준형에게 밀렸던 열세를 뒤집고 평창 티켓을 따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won@donga.com
한국 남자 피겨의 샛별 차준환이 7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3차) 프리스케이팅에서 ‘일 포스티노’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차준환은 1, 2차 선발전에서 이준형에게 밀렸던 열세를 뒤집고 평창 티켓을 따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won@donga.com
연기를 마친 뒤 차준환(17·휘문고)은 웃으며 키스앤드크라이존으로 들어갔다.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는 듯 표정은 밝았지만 시선은 줄곧 모니터를 향했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옆에 앉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대화를 하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친 총점(252.65점)이 발표되고 나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27.54점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꿈의 무대 밟는 초코파이 꼬마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미래 차준환이 극적으로 꿈의 무대 올림픽에 합류했다. 차준환은 7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 최종 3차 선발전(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자 싱글에 걸린 유일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평창 올림픽 출전 후보는 이준형(22·단국대)이었다. 이준형은 1, 2차 선발전을 우승하며 평창 티켓을 거의 손에 넣은 듯했다. 차준환은 부상 부진 속에 2차 선발전까지 대표 선발전 합계 총점에서 이준형에게 무려 27.54점을 뒤지고 있었다. 통상 몇 점 차로 순위가 갈리는 피겨계에서 이 점수는 사실상 뒤집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차분하게 연기해 우승하며 1∼3차 선발전 합계 총 684.23점으로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준형(682.10점)을 단 2.13점 차로 제쳤다.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168.60점)에서만 이준형(146.18점)에게 20점 이상 앞섰다.

어릴 적 ‘초코파이’ 광고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차준환은 뛰어난 감성 표현 능력에 남성적이고 힘 있는 연기가 결합돼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와 일본의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오서 코치가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다. ‘남자 김연아’로도 불리는 차준환이 평창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 승부수가 된 모험수


차준환이 마지막에 꺼내든 모험수가 승부수가 됐다. 3차 선발전을 앞두고 차준환은 이번 시즌 새로 선택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더 플래닛’ 대신 지난 시즌 사용한 ‘일 포스티노’를 다시 꺼내 들었다. 회심의 무기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두 개에서 하나로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최대한 점수를 벌겠다는 각오였다. 차준환은 “(프로그램 변경은) 제가 하자고 했다. 최근 계속 결과가 안 좋아 지난 시즌의 좋은 느낌을 이어받고 싶었다. 부상 문제도 있었고 더 이상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쿼드러플 점프도 줄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차준환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가능한 한 ‘일 포스티노’를 활용할 계획이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84.05점)를 차지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이날 프리에서도 매끄러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차준환은 첫 점프인 트리플(3회전) 러츠-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10.30점)에서 가산점(0.70점)을 받으며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후 트리플 플립-싱글(1회전)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11.22점)에서 가산점 0.23점을 챙겼다. 이번 대회 차준환의 점수는 2017년 3월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개인 최고기록(242.45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국내 대회라 ISU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진 않는다.

극적으로 올림픽 무대에 합류한 차준환은 “3차 선발전을 앞두고는 사실 올림픽을 생각하지 않았다.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신감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갈라쇼에서 차준환은 분홍색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뒤 자유롭게 몸을 흔들며 올림픽 출전의 기쁨을 자축했다.

오서 코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김연아에 이어 차준환과 함께 한국 대표팀으로는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오서 코치는 “생각보다 어렵게 출전권을 획득했다. 기적이 이뤄져서 기쁘다. 남은 한 달 동안 무엇보다 멘털 트레이닝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만큼 다시 쿼드러플 점프를 추가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차준환의 올림픽 목표는 ‘톱10’ 또는 ‘톱12’ 진입이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더구나 그는 안방에서 올림픽을 치른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했다.


○ 여자 싱글, 최다빈 김하늘 출전

2장이 걸린 여자 싱글 올림픽 티켓은 최다빈(18·수리고 3학년)과 김하늘(16·평촌중 3학년)이 거머쥐었다. 지난해 1차 선발전 우승자인 최다빈은 이번 3차 선발전에서 190.12점(2위)을 획득하며 1∼3차 선발 합계 540.28점으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최다빈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최종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기쁘다. 후배를 데리고 올림픽에 갈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눈시울을 붉히며 “엄마가 먼저 떠올랐다. 엄마가 계셨으면 잘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면서 지난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3차 선발전에서 176.92점(4위)을 획득한 김하늘도 1∼3차 선발전 합계 510.27점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차준환#피겨 올림픽대표 최종선발전#한국 남자 피겨#최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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