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알렉스는 권순찬 감독의 ‘흑묘백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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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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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알렉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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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작전 타임을 걸었다.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감독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익숙한 상식이다. 그런데 12일 ‘도드람 2017~2018 V리그’ 대한항공전에서의 알렉스는 달랐다. KB손해보험 외국인레프트 알렉스는 권 감독의 지시를 듣지 않고, 벤치에 앉아버렸다. 연속 블로킹을 당한 직후라 표정이 좋지 않았다.

더 의외였던 것은 권 감독의 반응이었다. 딱히 뭐라 하지 않고, 알렉스를 앉혀둔 채 국내선수들한테만 작전지시를 했다. 어찌 보면 외국인선수가 감독을 어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비칠 법했다. 권 감독의 반응이 궁금했다.

예상을 깨고, 권 감독은 “자주 그런다”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알렉스는 처음 KB손해보험에 왔을 때, 권 감독에게 한 가지 부탁을 미리 했다는 전언이다. “나는 레프트다. 수비와 공격을 다하려니 솔직히 힘이 든다. 한국배구를 보니 선수들이 득점이 날 때마다 코트를 뛰어다니는데 세리머니에 힘을 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는 배구를 진지하게 하려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굳은 표정으로 비칠 수 있는데 나름 몰입해서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

엄격할 것 같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권 감독은 유연한 실용주의자다. 알렉스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기로 했다. 배구만 잘한다면, 납득 가능한 범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KB손해보험 알렉스(가운데). 스포츠동아DB
KB손해보험 알렉스(가운데). 스포츠동아DB

실제 알렉스는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경기 중 코트에서 같이 뛰어다니지 않는 대신, 조언을 해주는 장면이 곧잘 눈에 띈다. 외국인선수이지만 팀 리더처럼 처신한다.

알렉스가 KB손해보험을 변화시키는 데 필수전력임은 이견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일정부분은 팀이 외국인선수에게 맞춰주는 면모도 불가결하다. 권 감독의 알렉스 용인술은, 곧 흑묘백묘(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론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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