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안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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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m 계주 러시아 4위 그쳐… 개인전 부진 이어 모국서 노메달

오랜만에 찾아온 모국 땅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빅토르 안(안현수·사진)은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안현수는 1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남자 계주 5000m 결승에 러시아 소속으로 나섰다. 네덜란드, 미국, 카자흐스탄과 함께 모국인 한국 또한 그의 경쟁 팀이었다. 마지막 주자인 그는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선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결승전에서는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며 한국의 서이라가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을 멀찍이서 바라봤다. 그의 소속 팀 러시아의 최종 순위는 4위.

이미 이 대회 개인 500m와 1000m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안현수는 ‘무관’으로 러시아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파벌 논란과 부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던 그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했다. 그런 그였기에 최근 부진에도 제 기량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 모습이다.

이번 대회는 모국 땅에서 열리기도 했거니와 올림픽 리허설 격으로 열린 만큼 그에겐 특별한 무대였다. 올해 7월 모교인 한국체대를 방문해 “훗날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로 남기 위해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평창에서의 은퇴 의사를 밝힌 그였다. 그의 아내 우나리 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Nari’가 이번 월드컵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간절한 무대였지만 안현수는 다소 부진한 모습으로 모국을 떠나게 됐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안현수#빅토르 안#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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