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를 직접… 그 얼마나 가슴 뛰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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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100]국내 봉송 3명의 ‘내가 뛰는 이유’

1일부터 전국을 누빌 성화 봉송 주자는 7500명. 각 지방자치단체와 코카콜라, 삼성전자, KT 등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파트너 기업들이 3월부터 주자를 모집한 후 조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주자를 확정했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유명인뿐만 아니라 체육꿈나무, 취업준비생, 탈북자 공무원, 최전방 군인,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뛴다. 그만큼 다채로운 사연을 들어봤다.

○ 하늘나라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고교 교사 남윤지 씨(32·여)는 성화가 한국에 도착한 첫날인 1일 인천대교에서 성화 봉송에 참여한다.

남 씨가 성화 봉송에 참여한 이유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남 씨의 부친은 21년 전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성화 봉송 주자로 뛰었다. 부친은 황영조 선수와 함께 뛰었다며 늘 자랑스러워했다. 이후 성화봉은 가보가 됐다.

“아버지는 2006년 사고를 당해 뇌를 다치셨고, 3년 후에 돌아가셨어요. 당시 저는 호주에서 유학 중이라 임종을 못 지켰어요. 딸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남 씨는 코카콜라가 봉송 주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했다. 남 씨는 이번 성화 봉송에 남편인 박준환 씨(32)와 함께 뛴다.

○ 서울 올림픽 30돌을 기념하고 싶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최지웅 씨(41)는 1988 서울 올림픽 마니아다. 강원 원주 출신인 최 씨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다. 거리에 나붙은 올림픽 포스터만 봐도 심장이 뛰었다.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보면 에너지가 솟구쳤다. 그로부터 약 30년. 여전히 최 씨에게 서울올림픽은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최 씨는 마니아답게 서울올림픽 관련 물품을 다방면으로 수집했다. 호돌이 인형, 포스터, 기념우표, 입장권은 기본이다. 서울 올림픽과 관련이 있는 물품이라면 외국 경매 사이트를 뒤져서 구입했다. 그러다 보니 서울 올림픽 자료가 200점을 넘어섰고, 그의 ‘보물’이 됐다. 최 씨는 12월에 서울 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해 각종 자료와 사진을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서울 올림픽에 대한 열정이 그로 하여금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도 뛰게 했다. “서울 올림픽 30주년이 되는 해 평창 올림픽이 열립니다. 서울 올림픽의 열정이 평창 올림픽으로 이어지길 기원하고 싶었습니다.”

○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뛴다

2015년 1월 10일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명이 사망하고 129명이 다쳤다. 당시 간판 사업을 하는 이승선 씨(52)는 작업장에 가던 중이었다. 이 씨는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니고 있던 밧줄로 제 몸을 묶고 배관을 타고 내려갔다. 연기가 타오르는 건물로 진입해 10명을 구했다. 이 씨는 ‘밧줄 의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씨가 이번 성화 봉송에 참여한 이유는 바로 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평창 올림픽이 사고 없는 올림픽으로 치러지고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세계인이 모두 지켜보는 행사에서 안전과 재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올림픽을 기원합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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