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시구 文대통령, 심판과 인사하다 놀란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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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동생 최수원 구심 보고 “오!”… 고인 선수협 결성때 법률자문 인연
대통령 지방구장 KS 시구는 처음… 대선 때 야구팬과의 공약 지킨 셈

정의선 부회장과 담소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5일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경기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주시 제공
정의선 부회장과 담소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5일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한 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경기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주시 제공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를 소개합니다. 시구자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입니다.”

25일 두산과 KIA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둔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김 회장은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곧이어 깜짝 쇼가 펼쳐졌다. 사회자는 “그리고 이분도 함께하겠습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입니다”라는 말로 깜짝 손님을 소개했다.

푸른색 대한민국 대표팀 야구점퍼를 입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구장을 가득 채운 1만9600명의 팬은 에이스 양현종이 소개될 때보다 더 큰 함성으로 대통령을 맞았다.


김 회장으로부터 글러브를 건네받은 문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그리고 KIA 포수 김민식을 향해 시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경 경기장에 도착해 시구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약 15분간 시구 연습을 했다. ‘가을 까치’로 불리며 한국시리즈 때마다 맹활약했던 김정수 KIA 코치가 문 대통령의 시구 연습을 도왔다.

마운드에 오른 문 대통령이 던진 공은 타석에 있던 두산 류지혁 쪽으로 날아갔다. 류지혁은 뒤로 빠지면서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맞지 않았다. 공은 바닥에 튄 뒤 김민식의 미트로 들어갔다.

시구를 앞두고 선수, 심판과 악수를 나누던 문 대통령은 “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문 대통령을 놀라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최수원 심판. 작고한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1958∼2011)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인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학년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사법연수생 시절 동호회에서 4번 타자도 맡았던 야구 마니아다. 경남고 후배인 최동원이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할 때 법률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대선 기간 김 회장, 김성한 전 KIA 감독 등 많은 야구인이 유세 현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도왔다.

야구를 좋아하는 문 대통령은 7월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 두산이 2년 연속 우승을 했는데 올해는 어떻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올 초 대선 유세 기간에 홈페이지(문재인닷컴)에서 대선 투표 인증샷 및 프로야구 응원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에 참여한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응원을 받는 팀을 찾아 시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시구는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시구는 김영삼(1994, 1995년), 박근혜 전 대통령(2013년) 이후 네 번째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 구장 한국시리즈 시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3개의 야구공에 사인을 남겼다. 이 중 하나는 야구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고 나머지 2개는 한국시리즈 진출 팀인 KIA와 두산에 선물로 전달됐다. KIA 점퍼를 입은 김정숙 여사와 4층 스카이박스 라운지에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문 대통령은 4회가 끝난 뒤 김 여사와 난간에 얼굴을 드러내고 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광주=임보미 bom@donga.com / 한상준 기자

#야구#김응용#문재인#대통령 시구#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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