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미친 남자’ 나지완-오재일 이번에도 미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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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나지완-두산 오재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IA 나지완-두산 오재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흔히 가을야구에선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우승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선수가 잘하면 좋겠지만, 단기전에선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치는 한 명의 선수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선 과연 누가 미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보는 KIA 나지완(32)과 두산 오재일(31)이다. 둘 다 거포 스타일에 주로 5번에 들어서서 결정적 한방을 칠 만한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나지완은 2009년 SK와의 KS에서 7차전까지 간 치열한 승부를 단 한방으로 정리했다. 그것도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영웅이 됐다. 당시 5-5로 맞선 9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그는 SK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극적인 좌중월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KS 사상 유일한 7차전 끝내기 홈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7차전 끝내기 홈런은 딱 한 번 존재했다. 1960년 피츠버그의 빌 마제로스키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린 것이 유일하다. 그만큼 나지완의 홈런은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나오기 힘든 기록일지 모른다.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나지완. 스포츠동아DB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나지완. 스포츠동아DB

해태 시절 9차례 KS 우승을 달성한 타이거즈는 KIA로 바뀐 뒤 이때 첫 우승을 차지하며 10번째 KS 우승 고지를 밟았다. 나지완은 그해 KS에서 타율 0.250(20타수 5안타)에 그쳤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끝내기 홈런 하나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나지완은 올 시즌 타율 0.301에 27홈런 94타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특히 지난해 25홈런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7홈런을 터트렸다. 두산으로선 부진하더라도 결정적 순간 한방을 칠 수 있는 타자, 나지완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2009년의 강렬한 추억을 간직한 팬들도 그래서 이번 KS에서 나지완의 방망이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오재일은 지난해까지는 포스트시즌(PS) 무대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올해 NC와 만난 플레이오프(PO)에서 역대급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4차전에서 4홈런 9타점을 뽑아내는 믿어지지 않는 활약으로 팀을 KS 무대로 이끌었다. 4홈런, 9타점은 역대 PS 한 경기 최다홈런, 최다타점 신기록이다. 또 PO 4경기에서 타율 0.600(15타수 9안타), 5홈런, 12타점을 올렸는데 5홈런은 역대 PS 단일시리즈 최다홈런 신기록이다. 12타점 역시 역대 PO 최다타점 신기록이자, 1982년 OB 김유동이 KS 6경기에서 작성한 역대 PS 단일시리즈 최다타점과 타이기록이다.

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오재일은 올 시즌 타율 0.306, 26홈런, 87타점으로 두산의 중심타자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KIA 선수들도 “PO에서 오재일은 정말 미쳤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이번 KS에서도 불방망이를 휘두른다면 두산이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양 팀이 상·하위 타선의 실질적 연결고리인 5번타자 오재일과 나지완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승부의 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광주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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