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가을야구’ 달아오른 사직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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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1시간 전 외야석 만원… 이대호 “티켓 200만원어치 쐈다”

“마 함 해보입시다!”

8일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부산 사직구장 전광판에는 이 같은 문구가 쓰였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홈팀 롯데의 출사표였다.

구단의 자신감이 담긴 슬로건처럼 5년 만에 가을잔치를 연 구도(球都) 부산의 열기는 뜨거웠다. 2012년 SK와의 플레이오프 이후 모처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가을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팬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외야관중석을 가득 메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티켓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부산·창원에서 번갈아 열리는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1∼5차전 온라인 예매가 모두 시작 10∼2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팬들이 몰렸다. 경기장 밖에는 암표상도 등장했다. 3만 원대 티켓이 15만 원대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도 치솟았다.

사상 첫 ‘낙동강 시리즈’로 치러진 포스트시즌 경기답게 3루 측 방문 응원석에도 공룡 응원막대를 든 NC팬 수천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 경기장에는 2만6000명의 관중이 몰리며 준플레이오프 통산 47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271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롯데 주장 이대호는 경기 전 “야구장을 찾아온 지인들을 위해 티켓값으로만 200만 원 가까이를 쓴 것 같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1992년 이후 25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롯데는 이날 일명 ‘동백유니폼’으로 불리는 붉은 유니폼을 선택했다. 관중석을 붉게 물들이겠다는 취지로 팬들에게 붉은 막대풍선과 응원봉투도 나눠줬다. 1차전 시구자로는 1984년과 1992년 우승 당시 팀의 감독이었던 강병철 전 감독을 등장시켰다.

8회말 대타 박헌도의 동점홈런 뒤 9회초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등판하자 사직구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팬들은 목청껏 선수의 이름을 따라 외치며 지난 4년간의 가을야구 갈증을 해소했다.

연장 11회까지 4시간 45분 동안 이어진 경기에서 패한 뒤에도 일부 팬들은 선수단 출입구 앞에서 계속 환호성을 지르며 2차전 승리를 염원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팬들은 모처럼 안방에서 열린 가을잔치를 만끽했다. 승부가 갈린 11회초 한 관중이 경기장으로 던진 소주 페트병은 옥에 티로 남았지만 부산 팬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부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가을야구#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산 사직구장#이대호 티켓 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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