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창민 만루포… NC ‘11회 7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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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첫판, 적지서 롯데 9-2 울려
1회 박민우 선취점 등 ‘발야구’… 연장서도 상대 흔들며 대량 득점
권희동, 결승타 포함 2타점 MVP

“야구는 정말 갈수록 어려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야구야.”

2017 KBO리그 NC-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구장. 김경문 NC 감독은 하루 전 미디어데이 때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었다. 14년째 프로야구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올해를 포함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만 10번이다. 하지만 야구는 여전히 정답 없는 수수께끼 같아 보였다. 다만 그는 이렇게 자신을 다잡았다. “멋모를 때는 배짱 있게 야구를 했다. 올해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배짱 있게 해 볼 것”이라고.

김 감독이 말한 초심과 배짱은 다름 아닌 ‘빠른 야구’였다. 이날 NC 타자들은 누상에 나가기만 하면 활발한 발놀림을 보이며 롯데 수비진의 혼을 뺐다. 조그만 틈만 보이면 사정없이 다음 누를 향해 몸을 날렸다.

NC는 이날 롯데와 비슷한 안타 수(NC 10개, 롯데 9개)를 기록했지만 공격적인 주루를 앞세워 연장 11회 접전 끝에 9-2로 승리했다. 지난해까지 26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은 22번(84.6%)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선취점부터 박민우의 발에서 나왔다. 1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간 톱타자 박민우는 2번 타자 김성욱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에 안착했다. 3번 타자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소중한 득점 기회가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후속 스크럭스 타석에서 3구째 원 바운드된 공이 롯데 포수 강민호 뒤로 빠진 사이 박민우는 번개처럼 홈으로 쇄도해 점수를 올렸다. 2-2 동점이던 연장 11회초를 ‘빅 이닝’으로 만든 것도 NC의 발야구였다. 선두 타자 지석훈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롯데의 5번째 투수 박시영의 4구째 원 바운드된 공이 강민호 뒤로 빠지는 순간 3루까지 내달렸다. 권희동은 흔들린 박시영을 상대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결승 2루타를 쳐냈다.

한번 분위기를 탄 NC의 기세는 무서웠다. 후속 노진혁의 3루수 앞 희생번트 때 권희동은 3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세이프 판정을 받으며 무사 1, 3루가 됐다. 롯데의 7번째 투수 장시환은 김태군과 박민우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해 위기를 벗어나나 했다. 하지만 노진혁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2사 만루에서 나성범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얻은 NC는 강민호가 패스트볼을 범한 사이 2루 주자 노진혁마저 홈을 밟았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는 모창민이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가 연장 11회에 얻은 7점은 역대 포스트시즌 연장전 한 이닝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NC는 또 이날 역대 준플레이오프 통산 가장 많은 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NC 이호준은 7회 대타로 출전해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41년 8개월)을 이어갔다.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권희동은 “악착같이 붙어 주자를 불러들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우리는 밑에서 올라가는 입장이다.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는 1-2로 뒤진 8회말 대타 박헌도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분위기를 이어가진 못했다. 두 팀의 2차전은 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롯데는 레일리, NC는 장현식을 선발 예고했다.
 

  
부산=이헌재 uni@donga.com ·강홍구 기자
#모창민 만루포#권희동#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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