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홈런공장에서 누가 웃고 울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19일 05시 30분


SK의 홈 필드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이다. 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한 SK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SK의 홈 필드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이다. 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한 SK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야구의 숨겨진 매력은 야구장 외야 크기와 펜스 높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타자도 어떤 홈구장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농구로 비교하면 코트마다 3점 슛 라인이 다른 셈이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홈런공장’, ‘KBO의 쿠어스 필드’로 불린다.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처럼 해발 1600m고지에 위치한 것은 아니지만 홈부터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95m, 중앙 120m다. 펜스 높이도 2.4m로 매우 낮다.

반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과 비교해도 외야 크기 면에서 5~6번째로 꼽히는 잠실야구장은 좌·우가 100m, 중앙이 125m에 이른다. 잠실에서는 펜스 바로 앞도 아닌 5m거리에서 잡히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가 행복드림구장에서는 모두 홈런이 된다.

● 146개의 홈런이 터진 ‘홈런드림 구장’

올 시즌 전반기까지 행복드림구장에서는 총 48경기가 열렸고 무려 146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3개 이상의 홈런이 터진 셈이다. 그러나 SK는 홈런공장인 홈구장에서 굉장히 큰 이득을 봤다. 총 146개의 홈런 중 SK타자들이 기록한 홈런은 88개다. 그동안 투수들은 58개를 허용했다. 홈런 마진은 플러스 30개다.

SK는 홈구장의 특성을 최대한 이점으로 활용하고자 수년전부터 신인선발 때 교타자보다는 홈런 타자를 선택했고 트레이드에서도 장타자를 선호했다. 스프링캠프 훈련도 근력강화를 가장 강조했다.

SK가 문학구장의 이름을 행복드림구장으로 바꿨을 때 ‘홈런드림’구장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선물하는 홈런보다 선물받는 홈런이 훨씬 더 많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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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팍’에서 고개 숙인 삼성

지난해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도 행복드림구장과 함께 리그에서 대표적인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다. 홈에서 외야 펜스까지 거리는 좌우 99.5m와 중앙 122.5m이고, 펜스 높이는 3.2m로 행복드림구장보다 크다. 그러나 육각형으로 설계돼 외야 펜스 직선구간까지 거리가 매우 짧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사령탑 재직 시 “실측을 해보니 기존 대구시민구장에 비해 직선구간까지 거리는 약 6m정도 짧다. 굉장히 큰 차이다. 펜스 높이를 올리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하며 갑자기 달라진 홈구장 환경을 우려했었다.

전반기 라이온즈파크에선 38경기가 열렸고, 홈런은 102개가 나왔다. 삼성은 41개를 기록했다. 투수들이 허용한 61개보다 20개나 적다. 홈에서 적잖이 ‘홈런 피해자’가 됐다. SK 강타선은 라이온즈파크 6경기에서 16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4승2패를 기록했다. SK는 홈런에 최적화된 타선의 강점을 홈뿐만 아니라 대구 원정에서도 극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NC 김경문 감독은 마산구장 바로 옆에 건설 중인 창원신축구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야구장 크기에 맞춘 전력육성을 2019년까지 미리 준비한다는 장기적인 혜안이 깔려있다.

문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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