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 바람 업고… 강원의 고공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승격 첫해 2위 도약 ‘K리그 대지진’… 울산과 승점 같지만 득점 훨씬 많아
시즌초 “亞챔스 목표” 꿈이 현실로… 전력 계속 보강 “정조국 돌아오면…”

강원의 안방인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스키점프대의 착지 지점을 축구장으로 변신시켜 만들었다. 3월 11일 서울과 홈 개막전을 치르기 위해 전 직원이 동원돼 3주 가까이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는 등 고생하며 준비했지만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데다 이전에 뿌려놓은 비료 때문에 악취가 난탓에 혹평을 들어야 했다. 지금은 잔디가 잘 자랐고 팀 성적도 좋아 도민들이 좋아하는 구장이 됐다. 강원FC 제공
강원의 안방인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스키점프대의 착지 지점을 축구장으로 변신시켜 만들었다. 3월 11일 서울과 홈 개막전을 치르기 위해 전 직원이 동원돼 3주 가까이 눈을 치우고 얼음을 깨는 등 고생하며 준비했지만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데다 이전에 뿌려놓은 비료 때문에 악취가 난탓에 혹평을 들어야 했다. 지금은 잔디가 잘 자랐고 팀 성적도 좋아 도민들이 좋아하는 구장이 됐다. 강원FC 제공
“도민들께 작은 행복을 드리고 있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 아직 일정이 많이 남았고 위기도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된 팀이다.”(조태룡 대표)

“오범석, 황진성, 이근호, 김승용 등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원 팀’을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최윤겸 감독)

도민구단 강원 FC가 K리그 클래식 승격 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강원은 9일 안방인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열린 19라운드 경기에서 상주를 2-0으로 완파하며 2위(승점 32·9승 5무 5패)로 뛰어올랐다. 울산과 승점이 같지만 득점에서 32-18로 크게 앞섰다. 1위 전북(11승 5무 3패)과는 승점 6점 차다. 전반기를 마친 상황에서 승격 팀이 2위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 승격 팀 최고 순위는 지난해 상무가 기록한 6위(승점 43·12승 7무 19패)다. 강원은 현재 17경기 연속 득점을 이어가고 있다. 구단 최초이자 승격 팀 최다 기록이다. 6월 18일 제주를 꺾고 달성한 5연승도 마찬가지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상주의 6경기 연속 득점과 상주·광주의 3연승이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조 대표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비웃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의 승격 팀이 ‘잔류’를 목표로 했다가 한 시즌 만에 강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은 말만 앞세운 게 아니라 ‘폭풍 영입’을 통해 ACL 출전권(3위까지)을 얻을 수 있는 스쿼드(선수단)를 갖췄다. 프로야구 넥센의 단장을 했던 조 대표는 “야구에 비하면 축구는 스쿼드 비중이 절대적이다. 야구는 잘하는 팀이 6할대, 못하는 팀이 4할대 등 대개 5할 승률에 수렴하지만 축구는 스쿼드에 따라 실력 차가 크다. 과정을 중시하며 준비를 해 놨기에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의 2위는 ‘폭풍 영입’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정조국이 부상으로 재활 중인 상황에서 이룬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강원은 후반기를 대비해 다시 스쿼드를 강화했다.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국가대표 미드필더 한국영을 영입했고, 브라질 출신 수비수 제르손과 프랑스 출신 장신 공격수 나니도 데려왔다. 최 감독은 “한국영이 오면서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나니는 아직 실전에 투입하지는 않았지만 큰 키(196cm)만으로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팬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도록 잘 준비시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아직 결과를 말할 때는 아니다. 하지만 정조국이 돌아오면 강원은 더 강해질 것이다. 키가 큰 전북 김신욱을 보면서 위압감을 느꼈는데 나니가 그런 역할을 해 줄 것”이라며 웃었다.
강원은 12일 안방에서 8위 전남과 후반기 첫 경기를 치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 축구장#fc 강원#강원 홈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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