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보’ 박태종 기수, 다시 안장 오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30일 05시 45분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 기수를 고집하는 박태종이 부상 이후 다시 경주로에서 후배들과 경쟁하기 위해 재활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현역 기수를 고집하는 박태종이 부상 이후 다시 경주로에서 후배들과 경쟁하기 위해 재활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작년 9월 낙마사고로 무릎수술만 세 번째
고된 재활치료 마치고 7월 첫째주 복귀전


2016년 9월 경주 도중 낙마사고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받았던 ‘경마 대통령’ 박태종 기수가 부상을 극복하고 7월 첫째 주에 경주로로 돌아온다.

이미 무릎 인대 수술만 세 번째라,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기수 생활을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설의 자키는 불굴의 의지로 하루 5∼6시간의 재활치료를 거쳐 10개월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기수생활을 하는 동안 잦은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긴 시간동안 부상으로 활동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복귀 소감을 묻자 박태종 기수의 목소리에선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긴 공백 기간의 부담감과 좋아하는 말을 다시 탈 수 있다는 기대가 함께 온 탓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경마팬들에게 다시 좋은 경주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어느덧 50대 중반. 조기 퇴직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기수로서도 사회적으로도 은퇴 연령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밀퇴 세대’들은 커다란 위안을 받을 것 같다.

박태종 기수에게 2016년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찾아왔다.

2016년 6월 데뷔 30년 만에 개인통산 2000승을 달성하며 한국경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9월에 경주 중 낙마하며 힘든 재활치료의 시기를 견뎌야 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말을 타고 달리고 싶다”는 타고난 기수에게 부상은 아픔보다 더 큰 절망이었다. 처음엔 재활치료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부상이 심해 결국 12월26일 재수술을 받았다.

회복에는 최소 10개월에서 1년이 걸릴 거라는 의사의 말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수술 후 6개월 만에 다시 경주로로 돌아온 것.

다시 말과 함께 뛰고 싶다는 박태종 기수의 열정이 이뤄낸 결과다.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새벽조교와 운동을 빼먹은 적이 없을 정도로 근면 성실했다. 그저 좋아서 한 일이었다. 가끔 하는 취미생활도 하체 단련을 위해 등산과 골프를 선택했다. 골프장에서 남들은 카트를 타고 이동할 때 자신은 걷거나 뛰었다. 하체 운동에 도움이 돼 기승자세가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말(馬)만 아는 바보’ 박태종 기수의 이런 모습은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자, 한국경마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베테랑이지만 이현종 기수 등 어린 후배들의 기승자세도 꼼꼼히 챙겨보며 여전히 공부한다는 그의 열정은 7월 컴백 경주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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