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는 선발 라인업을 짤 때 이렇게 투수가 9번 타순에 들어서는 게 일반적이다. 투수는 팀에서 타격이 제일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일 나중에 타석에 들어서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요코하마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43·사진)은 최근 21경기 연속으로 투수를 8번 타순에 배치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4월 14일 경기 때도 선발 투수 조 윌랜드(27)를 8번 타순에 기용한 적이 있었다. 올해 총 22경기에서 투수를 8번 타순에 배치한 것.
이전 기록과 비교하면 라미레스 감독이 올해 대단히 특이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1세기 들어(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8번 타순에 들어선 건 총 28번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라미레스 감독 혼자 지난 16년간 기록의 78.6%에 해당하는 비율로 투수를 8번 타순에 기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이런 기용법은 성공을 거뒀을까. 요코하마는 이 21경기에서 11승 10패(승률 0.524)를 기록했다. 그 이전까지 치른 25경기에서 거둔 11승 14패(0.440)보다 나은 성적이다. 전체 6개 팀 중 5위까지 내려갔던 순위도 4위로 올랐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수를 8번 타순에 기용하면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1년(162경기)에 2, 3점 정도를 더 얻을 수 있다. 단, 가뜩이나 성격이 예민한 투수들에게 타순 변화를 경험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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