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때려라, 달라진 SK… 방망이 ‘빅4’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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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김동엽 정의윤 나주환… 상승세 이끄는 방망이 ‘빅4’
기다리지 않는 적극적 타격으로 6연패 부진 딛고 놀라운 반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오승환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주전 3루수 조니 페랄타는 가장 타격하기 좋은 볼 카운트를 묻는 한 언론의 질문에 “초구(first pitch)를 즐긴다. 마치 내가 홈 플레이트를 전부 장악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페랄타가 메이저리그 15시즌 동안 통산 1753안타, 홈런 202개로 꾸준한 타격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초구부터 자신감을 보인 영향도 있었다.

요즘 한껏 물이 오른 SK 타선을 보면 페랄타의 초구 예찬론이 들어맞고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에서는 초구 공략이 잘 통하면서 사흘 동안 총 28점을 뽑아내는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팀 내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최정을 비롯해 김동엽, 정의윤, 나주환 등 ‘빅4’가 추가 점수가 나야 할 때마다 초구를 적절하게 공략해 한화 마운드를 흔들었다. 14일에는 나주환이 초구를 쳐 쐐기 홈런을 터뜨렸다. 15일에도 김동엽이 초구를 받아 쳐 도망가는 귀중한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날 8회초에는 대타로 나선 정의윤이 초구 홈런을 때린 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가슴을 내려치는 퍼포먼스까지 펼치며 더그아웃 분위기도 끌어올렸다. 정의윤은 16일에도 6, 7회 연속으로 초구를 공략해 2루타와 안타를 때려냈다.

‘빅4’의 올 시즌 초구 공격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10번 타석에서 들어가면 최소 4번은 속전속결로 나선 셈이다. 최정이 46.7%, 김동엽은 45.45%, 나주환 40.74%, 정의윤 34.62%다. 최정의 초구 공략 시 타율은 0.750(4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이었다. 나주환도 타율 5할(4타수 2안타, 1홈런), 정의윤은 타율 0.444(9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 김동엽은 0.308(13타수 4안타, 1홈런)로 모두 자신의 평균 타율을 넘어서고 있다.

SK의 사정을 잘 아는 다른 프로 구단 A 코치는 “SK가 초반 4연패를 당하자 힐만 감독이 타선에게 참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연패를 끊은 이후로는 타격감이 좋거나 평소 초구를 좋아하는 타자들에게는 더 적극적인 공격을 하라고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며 “개인의 성향과 타격감에 맞춘 ‘오픈 마인드’를 점차 팀 운영의 중심 키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가 6연패 뒤 8승 1패로 대반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힐만 감독의 ‘무한 긍정’ 팀 운영이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힐만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감독 시절 일대일 설득에 능하고 선수에게 순수하게 다가가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A 코치는 “힐만 감독은 개인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김동엽#정의윤#나주환#타격감#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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