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전북 최철순 “K리그 통산 300경기…매 순간이 인생경기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8일 05시 45분


전북현대 최철순은 꾸준함을 바탕으로 팀과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은 그는 전북과 대표팀의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을 다짐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 최철순은 꾸준함을 바탕으로 팀과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은 그는 전북과 대표팀의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을 다짐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베테랑 DF 최철순

군복무 제외하고 전북서만 뛴 ‘원팀맨’
특유의 쉴틈없는 경쟁이 만든 대기록

“솔직히 이렇게 오래 뛸 줄은 몰랐어요.”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었다. 프로선수로서 ‘롱런’에 대한 의지가 없을 순 없겠지만, 이렇게 빨리 큰 기록을 만들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전북현대의 ‘만능 수비수’ 최철순(30)이 K리그 통산 300경기 고지에 올라섰다. 16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상주상무와의 2017시즌 클래식(1부리그) 6라운드 홈경기에서다.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그는 든든한 수비로 팀의 4-1 완승에 기여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뒤로 오직 전북에서만 활약했기에 의미가 더 크다. 2012년부터 2014년 초반까지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기간을 제외하면 전북을 떠난 적이 없다. 물론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그동안 전북이 참가한 각종 대회까지 포함하면 이미 300경기를 넘어섰지만, K리그로 한정해 그토록 많은 출장횟수를 기록한 이는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수많은 선수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냉혹한 프로의 생리를 고려하면 최철순의 빠른 기록 달성은 더욱 놀랍다.

전북현대 최철순.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현대 최철순. 사진제공|전북현대

솔직히 최철순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명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가치는 아주 높다. 남다른 투지와 악바리 근성으로 전북의 전성시대를 활짝 연 일등공신들 중 한 명이다. 상대와 팀 사정에 따라 포백과 쓰리백을 오가는 전북 전력의 핵이다.

시시각각 이뤄지는 ‘최철순 시프트’는 상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최철순의 포지션이 곧 전북의 포메이션이다. 전북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이 나오면 상대 벤치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최철순의 역할이다. 물론 사전에 대비한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 그라운드에서 최철순이 누군가에게 밀린 적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주전을 마친 뒤 스포츠동아와 만난 최철순은 “매 순간, 모든 경기에 뛸 때마다 필드에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임한다. 순간순간 전부가 인생경기였다. 그것이 이 자리까지 내가 올 수 있도록 한 동력”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보루가 상대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곧 팀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결전에 나선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감정도 남다르다. 스승과 제자는 정말 긴 시간을 동고동락했다. 2005년 여름 전북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내가 갓 부임했을 때부터 꾸준히 함께한 선수는 이제 (최)철순이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가 부족하고 필요로 한 모든 위치를 묵묵히 소화했고,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북의 2번째 산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지방의 ‘그저 그런’ 팀에 불과했던 전북이 K리그를 휩쓸고,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서기까지 10여년의 발전상을 최철순은 직접 보고 경험했다.

전북현대 최철순.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현대 최철순. 사진제공|전북현대

위기의 순간은 없었을까. 이렇다할 슬럼프가 없던 그답게 흔들리지도 않았다. 솔직히 나태해질 틈도 없었다. ‘국가대표급’ 전력을 구축한 전북에서 게으름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보장된 주전도 없다. 쟁쟁한 동료들을 이겨내야 한다. 더욱이 최 감독은 끊임없이 측면을 보강해왔다. 이를 이겨내다 보니 태극마크도 달고 꾸준한 A매치 출전 기회도 얻었다. 어쩌면 지구촌 모든 축구선수의 꿈인 월드컵 출전도 가능할지 모른다.

“좀 편안히 뛰겠다 싶으면 금세 경쟁자가 온다. ‘밀당(밀고 당기기)’이 아니라 그저 고삐와 채찍질뿐이다. (최강희) 감독님? 그냥 애증의 관계다(웃음). 눈빛만 봐도 통하는데, 그만큼 서로 약점도 아주 많이 알고 있다.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아마, 치열한 폭로전이 되지 않을까. 축구를 한다는 자체로도 행복한 지금은 입을 다물겠다. 훗날 은퇴할 때 ‘이젠 말할 수 있다’ 시리즈로 핫이슈를 확실히 만들어드리겠다.”

그래도 최 감독이 걱정할 일은 당분간 없을 듯하다. 이제 서른 살. 현재의 페이스라면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만큼 더 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 최철순

▲생년월일=1987년 2월 8일
▲키·몸무게=175cm·68kg
▲포지션=수비수(DF)
▲출신교=보인고∼충북대
▲프로 경력=전북현대(2006년∼현재)
▲K리그 통산 성적=300경기 3골 13도움
▲국가대표 경력=U-20 대표(2007년), 올림픽대표(2008년), A대표(A매치 4경기)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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