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속에 성장한 프로 11년차 kt 이상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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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상화.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t 이상화.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조금 나중에 인터뷰해도 괜찮을까요?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난 뒤에 하고 싶네요.”

kt 우완투수 이상화(29)는 개막 직후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2016년 kt 이적 이후 제몫을 못 해냈다는 생각과 올 시즌을 앞두고도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2007년 경남고 3학년 때 롯데의 첫 번째 선택(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이상화. 크나큰 기대는 그러나 높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혔다. 잘 나갈 만하면 부상이 덮치는 불운까지 이어졌다. 9년간 롯데에서 거둔 통산 성적이 6승(14패)에 그쳤다. 결국 이상화는 2015시즌 종료 후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새 둥지에서도 날개를 펼치기는 쉽지 않았다. 승부가 기울어진 경기에 나와 궂은일을 소화하는 경우가 잦았다.

프로 11년차를 맞는 올 시즌 이상화는 선발 진입을 목표로 미국 스프링캠프부터 땀을 흘렸다. 캠프 초반에 실전 투입이 가능할 만큼 몸을 만드는 과정이 착실했다. 그러나 선발경쟁에서 한 발 차이로 밀려 또 다시 시즌을 불펜에서 출발해야했다.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상화는 묵묵히 자기 공을 던졌다. 이는 성과로 돌아왔다. 개막 이후 5경기에 나와 4.2닝을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있다. 13일 고척 넥센전에선 롯데 시절이던 2015년 6월17일 목동 넥센전(6.2이닝 무실점) 이후 약 2년 만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팀이 4-6으로 뒤진 8회말 팀의 5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9회 7-6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날인 1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상화는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섰다. kt 김진욱 감독이 애용하는 ‘덕아웃 인터뷰’의 대상자로 선정된 덕분이었다.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하던 그도 어쩔 수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2년 만에 따낸 승리에도 그는 들뜨지 않았다. 이상화는 “예전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먼저 생각했다면 지금은 투구폼을 우선적으로 신경쓰고 있다”면서 “포수 미트에 더 가깝게 공을 꽂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릴리스포인트를 예전보다 앞에 두게 됐고, 이 방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최근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결국은 방향성이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며 자신감을 찾고 있다”며 웃은 이상화는 앞으로 더 활약을 한 뒤 시즌 후 다시 인터뷰에 임하겠다고 다짐한 뒤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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